민주 최고위원 역학관계…파워게임 치열해질듯

  • 입력 2000년 8월 31일 18시 59분


30일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12명의 최고위원들은 앞으로 당의 중심에서 대부분의 당무에 대한 결정권한을 갖게 된다. 특히 ‘차기’를 꿈꾸고 있는 7명의 선출직 최고위원을 중심으로 한 상호경쟁과 이합(離合)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후계자 선출’ 시한으로 정한 2002년 1월이 다가올수록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12명의 최고위원들의 성향과 역학관계를 단정적으로 분류하긴 어렵지만 전당대회를 치르면서 이들은 크게 3그룹으로 자연스럽게 가닥을 잡았다. 하나는 최고위원 경선에서 1위를 차지한 한화갑(韓和甲)최고위원을 중심으로 한 ‘친(親)화갑’ 계열이다. 다른 하나는 동교동계의 다른 한 축인 권노갑(權魯甲)최고위원이 중심에 선 ‘친노갑’ 계열이다. 이쪽 저쪽으로 확실히 분류하기 어려운 ‘독자 성향’의 최고위원들도 있다.

‘친화갑’ 계열에는 경선 당시 한최고위원과 연대한 김중권(金重權) 김근태(金槿泰)최고위원이 속해 있다. 정동영(鄭東泳)최고위원도 굳이 성향을 따진다면 한최고위원 쪽에 가깝다.

‘친노갑’ 계열에는 경선 2위인 이인제(李仁濟)최고위원과 정대철(鄭大哲)최고위원이 있다.

‘독자 성향’은 조금씩 색깔이 다르긴 하지만 박상천(朴相千) 장을병(張乙炳) 장태완(張泰玩) 신낙균(申樂均)최고위원 등을 꼽을 수 있다. 최고위원회의의 사회권을 쥔 서영훈(徐英勳)대표최고위원은 한최고위원과 관계가 좋다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다.

민주당 당헌, 당규에는 최고위원회의의 운영방식에 대한 명확한 언급이 없다. 합의체인지 협의체인지 불분명하다. 만일 당내 각 그룹간에 이해가 엇갈려 표결이 불가피해진다면 양측간의 ‘대립각’은 더욱 뚜렷해질 수밖에 없다. 표결이 이뤄질 경우 독자 성향의 최고위원들을 향한 공세가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최고위원간의 ‘세 불리기’ 경쟁도 시간이 흐를수록 보다 치열해질 전망이다. 차기를 염두에 둔 최고위원들이 당의 요직이나 중하위 당직에 자기 사람 또는 자신과 우호적인 최고위원 인맥을 심기 위해 앞다퉈 경쟁을 벌일 경우 ‘당직 갈라먹기’가 재연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물론 권노갑 한화갑 두 사람의 갈등을 전제로 한 이같은 세력구도에 대한 반론도 없지 않다. 두 사람을 중심으로 한 동교동계의 분열을 김대통령이 방치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들이다.

당의 한 인사는 “두 분이 조만간 만나 화합의 자리를 갖지 않겠느냐”며 “최고위원들간의 역학관계를 그렇게 무 자르듯 봐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영찬기자>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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