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봉의 경제가치]30억 들었지만 무형수익 '무한대'

  • 입력 2000년 8월 17일 18시 57분


이번 이산가족 상봉을 경제적 가치로 따져보면 어떻게 될까.

계산방법에 따라 큰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뜨거운 감동’의 의미를 짚어보는 데에는 이같은 접근방식이 효율적일 수 있다.

▼정부와 국민의 부담▼

정부는 △북측 상봉단의 국내호텔 숙식료 △상봉행사와 공식 오찬 및 만찬 비용 △항공 및 전세버스 운임 등의 비용을 사후정산 방식으로 지불한다. 이렇게 정부가 부담하는 행사관련 비용은 20억∼30억원선.

북의 가족을 만나러 간 방북단 100명과 북의 혈육을 맞은 남측 이산가족들이 쓴 비용은 가족당 250만∼300만원선, 모두 합쳐 5억∼6억원으로 추산된다. 그 대부분은 선물과 현금(한도 1000달러) 형태로 북의 가족들에게 전달됐다.

결국 이번 행사기간에 정부와 남측 이산가족들이 부담한 비용은 25억∼36억원으로 추정된다. 여기에는 교통 통제에 따른 지체와 일반인의 호텔이용 불편, 공무원 동원에 따른 민원인 불편 등 요인은 포함하지 않았다.

이런 간접비용까지 포함할 경우 유형 및 무형의 사회적 비용은 모두 30억∼40억원에 이를 것으로 행사관계자들은 추산한다.

이산상봉에 얼마나 들었을까

정부20억~30억오찬 만찬비용 항공-버스 운임 호텔 숙식료 …
상봉자5억~6억(1인당 선물비용 등 250만~300만)*200명

27억들인 영화 '쉬리'와의 비교

-쉬리이산상봉
관람/시청580만명1200만명
수익348억영화관람료(6000원)로 환산땐 720억원

▼무형의 수익▼

수치로 환산하는 것은 불가능하나 ‘무형의 수익’은 엄청나다. 시청률조사기관 AC닐슨에 따르면 15일 3개 방송사(KBS1, MBC, SBS)의 상봉프로그램 평균시청률은 27%. 1200만명 이상이 상봉장면을 지켜본 셈이다.

여기에 라디오 청취자와 신문독자까지 합쳐 15∼17일 감동의 순간을 지켜본 사람은 사실상 전 국민이었다.

분단현실을 소재로 히트한 영화 ‘쉬리’의 제작비는 이번 행사비용과 비슷한 27억원. 국내에서만 580만명의 관객이 몰려 입장료 348억원에 TV 및 비디오 판권 등을 보태면 이 영화는 국민 호주머니에서 450억원을 긁어모았다.

아주 단순화해서 이번 행사의 경우 1200만명이 ‘쉬리’처럼 괜찮은 영화에서 느끼는 정도의 감동을 받았다고 치자. 최소한 6000원(1회 영화 관람료)×1200만명〓720억원의 수익을 올린 셈이다.

그러나 관객도 2배 이상이고 ‘올해 지구촌의 가장 감동적인 드라마’로 꼽히는 이번 상봉은 1000억원 이상의 값어치를 갖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다른 셈법▼

중국에서는 조선족 브로커들을 통한 비공식 상봉이 끊이지 않았다. 경험자들에 따르면 이같은 상봉에 들어가는 비용은 가족당 2000만원선. 이번 상봉을 통해 남측 이산가족들은 2000만원×200명〓40억원 이상의 불필요한 지출을 줄인 셈이다.

삼성경제연구소 북한연구팀의 신지호(申志鎬)수석연구원은 “이득(수익―비용)의 크기는 관점과 추산방식에 따라 다르겠으나 이번에 수익이 비용보다 훨씬 크다는 점만은 분명하다”면서 “그게 아니더라도 지속적인 인적 물적 교류와 통일의 필요성에 국민적 공감대를 확인했다는 점에서 엄청난 값어치가 있는 사건”이라고 말했다.

<이철용기자>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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