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장관급회담 문제점]회담 전날까지 개최일자 논란

  • 입력 2000년 7월 28일 18시 51분


남북장관급회담 예정일인 29일을 하루 앞둔 28일 오후 4시까지 정부는 북측과 회담일자도 확정짓지 못한 채 비틀거렸다. 회담 전날인데도 불구하고 북측이 ‘오느냐, 안오느냐’를 두고 논란이 벌어졌다.

▽북대표단 구성논란〓북측 대표단장인 전금진의 격(格)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98년 차관급회담에 참석한 ‘차관급 인사’라는 것이 논란의 요체. 정부는 “북한 권력체계가 우리와 다르다”는 입장이지만 대표단에 과장급 이하로 보이는 인사(내각사무국 성원)까지 포함된 대목에서는 정부측도 고개를 내젓는다. 북한 대표단에 군사와 경협을 맡을 사람이 눈에 띄지 않는 점도 문제.

정부는 “북측이 이번 회담에서 ‘6·15공동선언’의 실천보다 후속조치 준비를 위한 회담을 진행할 것”이라는 ‘좋은 의미’의 전망을 할 뿐이다.

▽북대표단 방문경로 및 체류일자 협의〓북측 대표단은 당초 남측이 장관급회담 일자로 제의한 ‘27∼29일’을 ‘29∼31일’로 수정 제의했다.

그런데도 북측은 회담일자를 “30∼8월1일로 하자”며 남측과 밀고당기기를 계속했다. 정부측은 “북측은 대표단이 베이징(北京)을 거쳐 중국항공편을 이용해 서울로 갈 경우 도착일자가 늦어질 수 있다는 입장을 전달해왔다”고 해명에 급급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가 북측대표단 명단도 받지 않고 신변안전보장각서를 먼저 전달하는 ‘저자세’로 회담에 임해 이런 사태를 불렀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개최일자 해프닝〓회담장소인 서울 신라호텔측은 28일 ‘북측대표단 일행 방문 환영’이란 플래카드를 내걸면서 회담일자를 30∼8월1일로 표시했다.

정부가 북측과 체류일정을 둘러싸고 줄다리기를 하던 시간에 호텔측은 북측이 요구한 일자를 써넣은 것. 호텔측은 “플래카드 는 외부발주자의 요구에 따른다”며 더이상의 확인은 정부에 떠넘겼다.

이 때문에 정부가 북측 요구에 무작정 따라다니며 30일에 맞춰 회담을 준비하려던 것이라는 심증을 갖게 했다. 문제가 불거지자 호텔측은 서둘러 플래카드에 표시된 회담일자를 지우고 이를 ‘공란’으로 남겼다.

<김영식기자>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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