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인사청문회 특위구성 '삐걱'…내달 6,7일 실시

  • 입력 2000년 6월 28일 18시 52분


내달 6, 7일 이틀간 실시될 6명의 신임 대법관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특위구성조차 못한 채 초반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또 예상과 달리 민주당 등 여당의원들이 일부 신임 대법관 후보들에 대해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날을 세우고 있어 국회의 임명동의절차를 ‘통과의례’로 여겨온 법원을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위원장 선출▼

청문회 개최일이 불과 1주일여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여야는 특위위원장 선임 문제로 진통을 겪고 있다. 민주당은 이협(李協)의원을 위원장, 천정배(千正培)의원을 간사로 내정했고 한나라당은 정형근(鄭亨根)의원을 위원장, 이재오(李在五)의원을 간사로 내세워 팽팽한 신경전.

민주당은 “인사청문회법상 위원장은 특위위원들의 호선으로 선출하게 돼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한나라당은 “민주당이 이한동(李漢東)총리서리 인사청문회특위위원장을 차지한 만큼 이번 특위위원장은 우리 몫”이라는 논리다.

현재 특위 인원구성은 한나라당 6, 민주당 6, 자민련 1명. 따라서 여여공조가 이뤄질 경우에는 ‘호선〓민주당 위원장 선출’이 되는 셈. 이같은 여야의 신경전으로 27일과 28일 열릴 예정이었던 인사청문회 특위 1차회의가 한나라당 의원들의 불참으로 무산됐다.

▼정형근의원 논란▼

한나라당이 내정한 정형근위원장 후보에 대해서도 적지 않은 논란이 예상된다. 그가 ‘빨치산 발언’‘서경원의원 고문의혹사건’‘언론대책문건사건’ 등 9건이나 검찰의 조사대상에 올라 있어 대법관에 대한 인사청문회 위원장후보로는 적절치 않다는 것이 여당측의 지적.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정의원은 법원과 이해관계가 걸려 있어 제척사유에 해당하는 인물”이라며 “어차피 위원장은 호선으로 결정하겠지만 한나라당이 정의원을 위원장 후보로 내정한 것도 도무지 납득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반면 한나라당측은 “15대 국회 때도 여당측이 정의원의 정보위원 선임을 막았는데 또 정치적인 이유로 자의적인 정치규제를 하겠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반발.

▼벼르는 여당▼

대법관 후보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선 이한동총리서리 청문회 때와 달리 여당인 민주당의원들이 오히려 ‘철저한 검증’을 벼르고 있어 눈길.

28일 민주당 지도위원회에서 김근태(金槿泰)의원은 “대법관 추천자 중에는 ‘강기훈씨 유서대필 사건’의 지휘 검사가 있는데 당시 검사측이 유일한 물증으로 제시했던 필적감정을 했던 사람은 나중에 허위공문서 작성 등으로 구속된 바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김의원이 지목한 대법관후보는 강신욱(姜信旭)서울고검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법부가 선거재판을 통해 국회를 견제한다면 국회는 대법관 동의 과정을 통해 사법부를 견제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것이 김의원의 논리. 이에 김중권(金重權)지도위원도 “법관들은 사법권 독립이라는 틀 안에 온존하면서 대법원장이 제청만 하면 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 만큼 이번엔 여당이라고 감싸주기로 일관해선 안된다”고 가세하는 등 사법부에 대한 성토발언이 속출.

민주당이 이처럼 대법관 후보에 대한 철저 검증을 외치는 이면에는 선거사범 수사 재판과 최근 ‘4·13’ 총선 재검표 과정에서의 불만도 일부 작용했다는 후문. 김의원은 “몇군데 재검표장을 가봤는데 대법관들이 불성실한 태도를 보여 ‘이럴 수가 있나’ 개탄스러웠다”고 불만을 간접표출했다.

<윤승모·윤영찬기자>ys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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