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주요 의제?

  • 입력 2000년 6월 12일 19시 37분


평양 남북정상회담은 구체적 합의나 성과 여부를 떠나 한민족사의 새 장(場)을 여는 이정표로 기록될 만하다.

반세기가 넘는 동족간의 반목과 대결의 역사를 청산하고 화해와 협력의 기틀을 놓을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기 때문이다. 두 정상이 만나서 대화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한민족을 위한 한판 ‘씻김굿’을 연상케 한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이제 시작일 뿐이다. 반세기동안 켜켜이 쌓인 적대감을 털어내고 남북이 상호인정, 평화공존, 공동번영의 길로 나아갈 수 있기 위해서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이 해야 할 일은 많아 보인다.

두 정상은 우선 첫 대면인 만큼 상호신뢰를 쌓는 데 주력해야 하며 또 그렇게 할 것으로 보인다. 김대통령은 김국방위원장에게 무력도발 불용, 흡수통일 배제, 남북 화해 협력 추구라는 대북정책 3원칙을 거듭 강조함으로써 한반도의 냉전구조를 해체하고 새로운 화해시대를 열어나가자고 제의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대통령이 ‘베를린 선언’(3월9일)을 통해 밝힌 △북한 경제회복 지원 △한반도 평화정착 추구 △이산가족문제 해결 △남북당국간 대화 개최 등 4대 과제도 같은 맥락에서 나왔다.

김국방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중국의 개혁 개방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는 점에서 어떤 형태로든 합의도출이 예상되는 경협문제도 주요 의제 중의 하나다. 일각의 비판적 시각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경협은 현실적인 의미에서 남북을 공존공영으로 이끄는 ‘매개’가 될 수밖에 없다.

물론 경협에 앞서 이산가족문제에 대한 양측의 성의있는 해결의지가 이번에는 나타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여기에 덧붙여 군사적 긴장완화와 신뢰구축도 주된 어젠더 중의 하나다.

물론 회담에서 북측은 ‘기록’을 위해서라도 △주한미군 철수 등 외세와의 협조 중지 △국가보안법 철폐 △국가정보원 해체 등 껄끄러운 문제를 다시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의 이런 입장은 내부정치와도 연계돼 있다.

통일연구원 허문영(許文寧)통일정책실장은 “북한은 80년대말 공존전략을 들고 나왔던 것처럼 이번 회담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세계질서의 변화에 대처하고, 10월 당창건 55주년 기념행사와 제7차 당대회를 통해 체제를 정비하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이번 만남을 계기로 김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비롯해 남북 당국간 대화가 정례화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새천년 한반도에 평화공존의 기틀이 반쯤은 마련됐다고 할 수 있다.

<김영식기자>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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