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日 남북회담 공조]밖에서 힘 실리고…

8일 일본 도쿄(東京)에서 열린 한-미-일 연쇄 정상회담은 나흘 앞으로 다가온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3국의 공동 입장을 최종 정리했다는데 그 의미가 있다.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과 모리 요시로(森喜朗)일본총리는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지지와 성공적 개최를 거듭 강조함으로써 3국간 ‘이견설’을 일축했다.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이 북한과 3국 모두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상의 ‘공동선언’이 이를 뒷받침한다.

특히 3국 정상이 한-미, 한-일, 미-일 회동을 통해 “북한이 3국 모두와 관계를 개선하는 것이 서로에 유익하다”는 ‘윈-윈’전략을 천명한 것은 북한을 ‘파트너’로 인정하겠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3국 정상은 이번 만남에서 “북한이 변하고 있다”는 공통된 평가를 내렸다. 클린턴대통령과 모리총리는 북한과의 관계 개선 의지를 강하게 보였다.

이런 상황은 북-미, 북-일간 관계 개선 작업이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상당한 진전을 이뤄 궁극적으로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가 화해와 협력의 길로 나아갈 것이라는 관측을 가능하게 한다.

또 하나 주목할 대목은 한-미-일 3국 공조를 한국이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날 연쇄회동에서도 클린턴대통령과 모리총리는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에게 ‘메시지’를 대신 전달해 줄 것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게 요청했다.

나아가 클린턴대통령은 최근 장쩌민(江澤民)중국국가주석과의 전화 통화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대통령과의 회담 내용 등을 김대통령에게 자세히 설명,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좋은 ‘참고서’를 제공했다.

한반도의 냉전 구도 해체와 평화 정착 추진의 중심에 한국이 서 있음을 입증하는 사례들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남북정상회담을 전후해 한반도 주변 정상들간의 대화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것은 남북정상회담이 동북아 질서에 역동성을 불어넣고 있기 때문”이라며 “동북아의 새 질서는 남북을 주축으로 해 구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3국 정상이 이같이 상황 인식을 공유했다는 데 연쇄 회동의 실질적 의미가 있다고 이 관계자는 평가했다.

<도쿄〓최영묵기자>ym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