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서 보는 정상회담]퀴노네스/여론 뒷받침이 중요

  • 입력 2000년 6월 7일 19시 02분


최근 나는 두 그룹의 코리안을 만났다. 그들은 내게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회담이 성공할 것 같으냐”고 물었다. 이들은 남북한의 외교관들이었다. 정상회담이 남북의 운명에 미치는 지대한 영향으로 인해 코리안들은 남쪽에 있든, 북쪽에 있든 큰 관심을 갖는 듯하다.

정상회담 성공여부는 남북이 ‘성공’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달려 있다. 남북은 이미 정상회담의 성공을 위해선 강대국을 포함한 외세가 간섭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정상회담은 남북의 지도자가 화해와 통일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다. 외국인은 서울과 평양에 핵이나 미사일 확산문제를 논의하도록 압력을 가할 권리가 없다. 남북 당국은 이 문제는 물론 유사한 안보 현안을 나중에 언제든지 논의할 수 있다.

평양에는 권위주의 정부가, 서울에는 민주 정부가 있지만 정상회담 성공문제를 복잡하게 하는 것은 평양이 아니다. 김정일(金正日)은 북한의 절대적 통치자로서 정상회담에 대한 모든 것을 혼자 결정할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영향을 미칠 수 없다.

서울의 상황은 정반대다. 최근 몇주간 서울의 정치인 언론인 대학교수 농민 사무원 학생 주부 등은 정상회담에 관해 토론을 거듭하고 있다. 토론의 자유는 자유사회의 근본 지주(支柱)이므로 좋은 일이다. 그러나 민주사회에서도 토론을 중단하고 선출된 정치인을 지지해야 할 때가 있는 법이다. 이 때 국민은 정치적 견해와 상관없이 힘을 합쳐 정부의 입장을 지지해야 한다. 지금은 논쟁을 중단하고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을 성원해야 할 때다. 이는 회담의 성공 가능성을 높일 것이다.

북한은 힘이 약한 지도자와의 대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미국의 대북협상은 빌 클린턴 대통령이 모니카 르윈스키 스캔들로 여론의 심한 비판에 직면하면서 교착됐다. 북 -일 대화도 모리 요시로(森喜朗)총리가 타계한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총리의 뒤를 이은 직후 중단됐다.

한국인이 정상회담의 성공을 바란다면 강력한 대통령을 평양에 보내야 한다. 강력한 대통령만이 북한의 권위주의 지도자인 김정일과 성공적인 협상을 벌일 수 있다.

남북한은 현실적이어야 한다. 남북은 반세기 이상을 전쟁상태로 분단돼 왔다. 이처럼 매우 복잡한 문제에 신속한 해결책을 기대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정상회담에 대한 지나친 기대는 좌절과 실망을 심화시키고 남북한의 긴장을 고조시키게 된다. 반면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를 낮춘다면 성공의 가능성을 높이고 좌절의 위험은 낮출 수 있게 된다.

이번 정상회담은 남북이 화해로 가는 멀고 험한 여정의 첫걸음으로 봐야 한다. 남북 양측은 1972년 7·4공동성명이나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를 재확인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만일 김정일이 진정 성의 있게 화해를 바란다면 그는 이산가족 재회를 허용함으로써 이를 증명해야 한다.

케네스 퀴노네스<전 미국무부 북한담당관>

▼퀴노네스는 누구?▼

케네스 퀴노네스 박사(57)는 국무부 북한 담당관 출신으로 북한을 10여 차례나 방문한 북한통. 97년 은퇴할 때까지 북한과의 핵협상, 실종 미군유해 발굴 협상 등에 깊숙이 관여했다. 현재는 국제 구호단체인 머시코의 동북아 프로젝트 담당 국장으로 대북지원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하버드대에서 ‘동아시아 언어 및 역사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황유성기자>yshwa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