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소야대 안개정국]과반 모두 실패…정계개편 예고

  • 입력 2000년 4월 14일 03시 41분


21세기 첫 ‘한국의 선택’은 일단 ‘여소야대(與小野大)’로 결말지어졌다.

특히 열세라는 막판 예상을 뒤엎고 한나라당이 10여석의 차로 비교 제1당의 위치를 차지함으로써 정국은 일단 명분을 확보한 야당의 ‘강공 드라이브’ 속에 여야 간의 치열한 정국주도권 다툼이 전개되는 불안정한 양상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또 어느 정파도 비례대표의석을 포함해 과반의석(137석)을 확보하는 데 실패함으로써 정국은 합종연횡과 정계개편의 소용돌이에 휩싸일 가능성이 커졌다.

여당은 여당대로 안정의석 확보를 위해, 야당은 야당대로 ‘확실한 견제기반’의 마련을 위해 자민련 및 무소속후보들의 영입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번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제1당의 위치를 차지했다는 의미는 단순히 의석 수에서 상대적 우위를 차지했다는 산술적 의미를 넘어선다. 물론 민주당측은 선거결과에 대해 “10석 안팎의 의석 차는 사실상의 승리”라는 입장이다. 지난 15대 총선 당시의 지역구 의석 66석에 비하면 엄청난 약진인데다 수도권에서 사실상 승리했다는 논리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여권 프리미엄에다 남북정상회담 개최 등 선거 막판의 대형 호재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의석 차로 1당 자리를 뺏김으로써 일단은 ‘민의의 심판’이라는 야당의 주장에 명분상 밀릴 수밖에 없게 된 것이 여당의 처지다.

1당의 위치를 확보함으로써 힘이 붙은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측은 16대 대선구도까지 염두에 두고 ‘정권 흔들기’에 박차를 가할 것이 분명하다. 실제로 이 같은 강공 기조는 예상되는 여당의 의원영입과 혹시 재연될지 모를 계파 내분(內紛)가능성을 방지하기 위해서도 불가피하다는 게 이총재 진영의 인식이다. 따라서 무리한 정국운영을 피해 유연노선을 취하며 초당적 협력분위기를 이끌어내겠다는 여권핵심부의 의도와 달리 정국은 △남북정상회담 △정치 및 경제개혁 △정계개편 등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임기후반의 성패를 가름할 굵직한 이슈들을 둘러싼 여야 간의 난타전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더욱 높은 실정이다.

총선 후 정국경색을 점치게 하는 또 다른 요인은 그동안 여야 대치 국면에서 ‘캐스팅 보트’를 행사하며 완충역할을 해온 자민련의 상대적 몰락이다.

자민련은 전국구 의석을 합쳐도 원내교섭단체 구성여부가 불투명한 고경(苦境)에 처하게 됨으로써 당분간은 민주당과 한나라당 사이에서 당리(黨利)를 저울질하며 좌고우면(左顧右眄)하는 행보를 보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바로 ‘현실적인 이익의 극대화’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인 셈이다.

이 같은 자민련의 어정쩡한 입장은 마치 최근 불어닥쳤던 황사(黃砂)처럼 총선 후의 정국기상도를 불투명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한편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 세력의 퇴조에 이어 이번 총선에서 자민련 김종필(金鍾泌)명예총재마저 텃밭인 충청지역을 크게 잠식당함으로써 사실상 ‘3김(金)’의 대결구도는 막을 내린 셈이다.

민주당의 강세지역인 호남지역에서 예상밖으로 일부 무소속 후보들이 약진하면서 표심(票心)의 분화(分化)현상이 나타난 것도 3김 대결구도의 해체와 관련해 주목할 만한 현상이다.

아무튼 민주당 내에서도 일단은 충청권에서의 선전과 수도권 약진을 바탕으로 이인제(李仁濟)선대위원장 등 대권 예비주자들의 행보가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보여 총선이 끝나자 마자 16대 대선을 겨냥한 각당 예비주자들의 움직임은 한층 역동성을 띨 전망이다.

정국은 이미 대선 전초전에 들어서고 있다.

<이동관기자>dk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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