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왜 박지원장관이 나섰을까?

  • 입력 2000년 4월 10일 19시 44분


남북정상회담 합의서에 서명한 박지원(朴智元)문화관광부장관은 통일문제 전문가가 아니다. 그런데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그를 비공식접촉의 남측 당사자로 내세웠다. 왜 일까.

박장관은 10일 그 이유에 대해 “접촉 사실의 외부 누출을 우려한 김대통령의 지시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15일경 관저에서 김대통령의 말씀이 계셔서 ‘저는 문화부장관으로 대북 접촉의 적임자가 아니다’라고 말씀드렸으나 김대통령은 ‘통일부 장차관이나 실무자가 접촉하면 결론도 나오기 전에 외부로 누출될 것이 우려된다’고 말씀하셨다”는 것.

하지만 ‘보안상의 이유’와 함께 ‘신뢰 문제’도 배경이 됐으리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박준영(朴晙瑩)대통령공보수석비서관도 이날 “그쪽(북한)에서도 상호 최고지도자가 신뢰하는 사람을 내세웠으면 좋겠다고 해서 박장관을 보낸 것”이라고 밝혔다.

역대 대북 밀사도 통일전문가들이 아닌 대통령의 핵심 측근들이었다. 박정희(朴正熙)대통령 시절의 이후락(李厚洛)당시중앙정보부장이 그랬고, 전두환(全斗煥)대통령 시절의 장세동(張世東)당시안기부장, 노태우(盧泰愚)대통령 시절의 박철언(朴哲彦)당시대통령정책보좌관 등이 그랬다.

김대통령이 지난해 말 최측근인 박장관의 총선 출마를 만류하면서 자신의 옆에 주저앉힌 것도 남북정상회담 등 여러 복안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라는 추측도 가능하다. 따라서 박장관의 역할은 이번 한번에 그치지 않고 회담 준비과정에서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거나 뭔가 결단을 내려야 할 때 다시 작동할 가능성이 높다.

<윤영찬기자>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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