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대 열전지대]강원 홍천-횡성外

  • 입력 2000년 4월 8일 19시 23분


▼강원 홍천-횡성▼

한나라당 황영철(黃永哲), 민주당 유재규(柳在珪), 자민련 조일현(曺馹鉉)후보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승부를 벌이고 있는 지역. 이 지역이 ‘안개’ 판세를 보이는 것은 14대 총선 이후 굳어진 소지역주의 때문.

홍천(유권자 수 5만4200명)과 횡성(3만4600명)을 잇는 삼마치터널이 올해 초 개통되기 전까지 두 지역은 생활면에서 별다른 교류가 없었다는 게 지역주민들의 얘기. 홍천과 횡성 사이에 가로놓인 삼마치고개가 두 지역의 단절을 낳았고 춘천에 가까운 홍천과 원주에 가까운 횡성이 별개 생활권을 형성했다는 것.

실제 15대 총선 당시 횡성 출신인 민주당 유후보는 출신면인 공근면에서 무려 77%의 득표율을 보였지만 홍천에서는 2%대에 불과. 또 홍천군 동면출신인 자민련 조후보는 같은 홍천 내에서도 읍면간 현격한 득표율 차이를 보였다.

이런 양상은 이번 총선에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전망. 홍천군 홍천읍 신장대리 출신인 한나라당 황후보는 홍천군 북부 지역, 자민련 조후보는 홍천군 남부 지역, 민주당 유후보는 횡성군이 지지기반.

이에 따라 30대의 황후보는 최대 인구밀집지역인 홍천읍의 젊은 유권자들을 상대 진영에 빼앗기지 않으면서 횡성군으로 침투한다는 계획. 유후보는 15대 총선 당시 홍천 득표부진에 따른 낙마의 쓰라린 경험을 살려 홍천군 인구의 46%를 차지하는 농민층을 집중 공략중. 조후보는 15대 총선 당시 횡성군의 지지도가 10%가 넘어선 점을 감안, 지지율 편차가 유독 심했던 홍천군 읍면 일대를 누비고 있는 상황. 이같은 3자 대결 구도 속에서 무소속의 박성문(朴聖文)후보도 분투 중.

<홍천〓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충남 보령-서천▼

‘2강-2중-2약’ 구도 속에 보령 출신 한국신당 김용환(金龍煥)후보와 서천 출신 자민련 이긍규(李肯珪)후보가 치열한 선두다툼을 벌이고 있는 지역.

두 후보가 꼽는 최대 선거변수는 ‘JP바람’. 97년 DJP공조의 산파역을 맡았던 김후보는 내각제 좌절을 이유로 JP와 결별한 뒤 “30년 간 지지해준 JP가 충청도를 위해 한 일이 뭐냐”고 물아붙이고 있고 이후보는 “그래도 JP”라며 지역정서에 호소.

그러나 민심은 지역발전 적임자가 누구인지 따져보자는 쪽으로 흐르고 있는 분위기. 유권자들은 “우리 고장 사람이 당선되면 예산을 따오는 데 당연히 이를 고려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입을 모은다. 양측도 이후보의 ‘JP론’이나 김후보의 ‘큰인물론’만으로 민심이 좌우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

김후보측은 “소지역주의가 작동하면 보령 출신이 유리하다”는 주장. 보령이 유권자 7만9000명으로 서천(5만)보다 많은데다 서천에선 후보가 4명이나 출마했기 때문. 그러나 이후보측도 보령의 이씨종친회 등에 기대를 걸고 보령표 30% 득표를 목표로 공략 중.

이와 함께 민주당 김명수(金明洙), 한나라당 안홍렬(安鴻烈)후보가 선두그룹을 뒤쫓고 있다. 김후보는 보령에서 2,3,5대 의원을 지낸 선친 김영선(金永善)씨의 ‘후광’에다 여당후보라는 점을 내세우고 있고 안후보는 40대 초반의 검사출신 젊은 일꾼이라는 이미지로 차세대주자임을 자임. 안후보에겐 총선연대의 낙선운동대상에 포함된 게 다소 부담.

이밖에 남장(男裝)정치인으로 유명한 김옥선(金玉仙)후보와 나소열(羅紹烈)후보도 무소속으로 출진.

<이철희기자> klimt@donga.com

▼전남 보성-화순▼

민주당 한영애(韓英愛)후보의 ‘여당지지론’과 무소속 박주선(朴柱宣)후보의 ‘인물론’이 팽팽히 맞선 가운데 화순과 보성 간 소지역주의 대결도 만만치 않다.

유권자 기준으로 화순(5만8000명)이 보성(4만8000명)보다 1만명 가량 많지만 한후보와 한나라당 정인환(鄭仁煥)후보, 무소속 박판석(朴判錫)후보 등 3명이 모두 화순출신인 반면 박주선후보는 유일한 보성출신.

보성의 지역유지와 여성층을 집중 공략 중인 한후보는 “화순은 여당 지지표를 20% 이상 뺏기지 않고 보성에서는 이를 40% 이상 지키면 승산이 있다”며 “비례대표를 한 석이라도 더 얻으려면 여당표가 분산돼서는 안된다”고 주장.

그는 자신이 총선연대의 낙선대상자에 포함된 데 대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 대한 야당의 근거없는 폭로공세를 막기 위해 목소리를 높인 것이 뭐가 잘못이냐”며 개의치 않겠다는 입장.

박주선후보는 화순 표심(票心)이 대세를 결정지을 것으로 보고 아파트 밀집지역의 젊은 층과 화순 유권자의 20%인 외지인을 상대로 표밭갈이에 주력. 박주선후보는 “화순은 광주의 인접지역이어서 무조건 여당후보라고 해서 표를 찍지는 않을 것”이라며 무소속 바람에 기대.

그는 또 “김대통령에게 이제는 ‘머리’로 보필할 수 있는 참모가 필요하다”며 ‘인물론’을 강조.한 뒤 자신이 관여된 ‘옷로비사건’에 대해서는 “야당과 수구세력의 음모에 맞서 대통령을 보호하기 위해 희생양이 됐다”고 주장.

한나라당 정후보는 여당에 대한 ‘견제론’을 내세우고 있으며 무소속 박판석후보는 서민과 농민을 위한 ‘일꾼론’을 부각시키고 있다.

<화순〓박윤철기자> yc97@donga.com

▼충북 보은-옥천-영동▼

현역인 어준선(魚浚善)의원이 자민련 공천에서 탈락, 무소속으로 출마하면서 4명의 후보가 혼전을 벌이고 있는 지역. 여기에 3개 군에서 모두 후보가 나와 ‘군(郡) 대항전’ 성격이 어느 곳보다 두드러지는 곳. 실제로 유권자들 사이에서도 고향 출신 후보를 지지하려는 군 대결 양상이 드러나고 있다는 게 현지 선거관계자들의 얘기.

심규철(沈揆喆·한나라당)후보는 영동군, 이용희(李龍熙·민주당) 박준병(朴俊炳·자민련)후보는 옥천군, 어준선후보는 보은군 출신. 유권자 수는 옥천이 4만5988명으로 영동(4만4895명) 보은(3만3543명)보다 많지만 옥천 출신 후보가 2명이어서 선거분위기가 군 대결 양상으로 치달을 경우 이들에게 유리할 게 없을 듯하다.

이 때문에 민주당 이후보와 자민련 박후보측은 “군 대결 양상을 자극하는 선거운동을 일절 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세웠다”고 입을 모아 설명. 무소속 어후보측도 보은군 유권자 수가 가장 적어 소지역주의로 얻을 게 없다는 입장. 또 한나라당 심후보측도 다른 후보들을 의식, “지역주의는 전혀 거론하지 않기로 했다”며 ‘소지역주의’라는 말을 꺼내는 것조차 꺼리고 있는 실정.

이에 따라 각 후보는 군별로 별도의 공약을 내세우는 등 공약의 ‘지역안배’에도 신경을 쓰는 모습. 보은 태권도공원 유치, 옥천산업시설 및 대학유치, 영동 농산물 물류센터 건립 등 지역별 핵심공약은 모두 비슷하다.

그러나 각 후보의 이같은 조심스러운 접근에도 불구하고 주민들 사이에서는 이미 “특정 후보가 당선되면 많은 것을 다른 군에 빼앗긴다”는 등의 말들이 돌아다니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충주〓이원홍기자>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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