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공천 파문]탈락重鎭 신당 추진

  • 입력 2000년 2월 20일 23시 35분


한나라당이 ‘2·18’ 공천결과에 대한 비주류의 집단반발로 심각한 공천 후유증을 겪고 있다.

공천에 불만을 품은 조순(趙淳)명예총재와 낙천된 김윤환(金潤煥) 이기택(李基澤)고문, 신상우(辛相佑)국회부의장 등 4명은 20일 저녁 긴급 4자회동을 갖고 이번 공천을 ‘이회창(李會昌)총재의 사당화 음모’로 규정하고 낙천자 등을 규합해 신당창당을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김고문은 회동이 끝난 뒤 “내가 신당창당의 큰틀을 짜기로 했다”면서 “신당은 전국 200여개 이상의 지역구에서 후보자를 내는 전국정당을 지향할 것이며 빠르면 2주일 안에 신당의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신부의장은 “신당창당에 앞서 한나라당에서 낙천한 현역의원들을 모아 원내교섭단체를 구성, 국고보조금 등을 지원받는 방안도 추진키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은 지도체제문제 등 구체적인 창당방법 등에 관해서는 의견이 엇갈려 계속 논의키로 했다.

이같은 비주류의 반발에 대해 이총재측은 “진통 없이는 정치개혁을 이룰 수 없으며 이번 공천은 변화를 요구하는 시대적 흐름과 국민여망을 반영한 것”이라면서 비주류측의 공천 재심의 요구를 일축했다.

이총재는 21일 주요당직자회의를 열어 공천자대회 일정을 잡는 등 공천후유증을 조기에 진화한 뒤 당을 총선체제로 전환할 계획이다. 이처럼 공천에 반발하는 한나라당 중진들이 탈당해 신당을 창당하거나 기존의 신당추진 세력과 연대할 경우 ‘4·13’ 총선은 ‘1여다야(一與多野)’구도가 돼 총선 결과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조명예총재는 4자회동에 앞서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공천은 공천개혁과 계파 불인정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자기세력의 부식만을 획책한 사천(私薦)이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나의 승리는 의미가 없다고 보고 서울 종로 공천을 반납키로 했다”고 말했다.

부산 해운대-기장을에 공천된 김광일(金光一)전대통령비서실장도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한나라당 공천은 ‘독재자 이회창’의 본성을 드러낸 민주정치에 대한 폭거”라고 비난하고 “이회창씨와는 정치를 같이 할 수 없기 때문에 공천을 거부하고 한나라당을 탈당한다”고 밝혔다.

신부의장은 21일, 이기택고문은 22일 각각 기자회견을 갖고 공천 전면백지화와 이총재의 사과를 요구하고 구체적인 향후 계획 등을 밝힐 예정이다.

<김차수·박제균기자> kim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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