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로戰은 이제 그만" 여야 自省論

  • 입력 1999년 11월 24일 19시 46분


잇단 폭로와 고발로 실종되다시피한 정치를 복원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여야 모두에서 서서히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청와대 비서진 개편과 여야 내부의 자성이 맞물리면서 정국 정상화의 실마리가 마련될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여권 내에서는 야당의 폭로공세에 맞불작전으로 나간 데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서경원(徐敬元)전의원 밀입북사건 재수사 등 과거 들추기식 행태가 국민의 공감대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국민회의의 한 핵심당직자는 최근 간부회의에서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의원을 계속 공격하는 것은 국민에게 식상하게 비친다”면서 “서전의원 재수사도 가급적 빨리 끝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 출신의 한 부총재도 “서전의원 재수사의 경우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누명을 벗긴다는 점에서 타당한 측면도 없지 않으나 정치보복으로 비치고 있다”고 걱정했다.

그는 이어 “청와대 비서진 개편을 계기로 김대통령도 여야관계 정상화를 포함해 정국 추스르기에 본격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한나라당에서도 폭로를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어가는 분위기다.

신경식(辛卿植)특보단장은 23일 이회창(李會昌)총재 주재로 열린 특보단회의에서 “지역주민들을 만나보니 이제 폭로와 싸움이라면 진절머리가 난나는 얘기를 많이 하더라”며 민심을 전했다.

한 특보는 “이제 정치를 살리기 위해 총재회담을 위한 실무협상을 시작해야 한다”고 건의하기도 했다.

하순봉(河舜鳳)사무총장은 “난국 극복을 위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고 ‘언론대책문건’을 폭로해 대결정국을 촉발했던 정형근의원도 “여야 총재회담을 통해 정국현안을 일괄타결하고 정치를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내부 지적에 따라 이회창총재도 진로수정을 심각하게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언론대책문건’ 국정조사와 선거구제 협상 등 난제들이 정국정상화의 앞길을 가로막고 있어 성급히 예단(豫斷)할 상황은 아니다.

〈김차수·양기대기자〉kim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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