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장악文件’ 진위 공방/청와대 반응]

  • 입력 1999년 10월 26일 20시 25분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의원의 언론관련 문서 폭로에 대한 청와대의 입장은 26일 오전만 해도 ‘무대응’이었다. 불필요한 ‘언론탄압’ 시비에 휘말려들지 않겠다는 생각에서 철저하게 이강래(李康來)전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과 국민회의에 대응을 일임했다.

그러나 이날 오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문서를 보고받은 적이 없다”는 코멘트가 발표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박준영(朴晙瑩)대통령공보수석비서관은 “당에서 충분한 설명을 했음에도 파장이 가라앉지 않아 김대통령이 직접 나서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는 문서에 대한 사실확인 결과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는 결론을 내린 데 따른 것이라는 후문이다. 청와대는 25일 정의원의 폭로 이후 여러 경로를 통해 문서의 진위 여부를 가리기 위한 작업을 벌였다.

김대통령에게도 직접 확인했을 뿐만 아니라 이전수석에게도 “무관하다”는 다짐을 받았다. 이밖에 여권 내 주요인사와 보고채널에 대해서도 자체점검을 계속하고 있지만 아무런 ‘혐의점’이 나타나고 있지 않다는 것.

이런 맥락에서 청와대 관계자들은 “정의원이 제대로 걸려들었다”는 반응이다. 즉 그동안 김대통령에 대한 ‘저격수’역할을 해와 ‘눈엣가시’였던 정의원이 이번에는 ‘자충수’에 걸려들었다는 것.

김대통령과 청와대의 단호한 입장은 이번 사태의 향배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구체적인 후속조치는 당을 통해 취하겠지만 여권이 상당히 강경한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기조의 바탕에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언론탄압’ 논란이 증폭돼 정권의 도덕성이 상처를 입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음은 물론이다.

〈최영묵기자〉moo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