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조직 공개, 국가기밀누설 논란

  • 입력 1999년 10월 20일 19시 33분


한나라당 이부영(李富榮)원내총무가 국가정보원의 조직과 인원 등을 공개한 것이 국가기밀누설인지의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국정원은 20일 국정원의 조직과 인원 등 편제 자체가 국가기밀이라며 “이총무가 이를 누설해 국가안보에 심대한 위해를 가했다”고 주장했다.

국정원은 또 “이총무가 국회 정보위 활동을 통해 기밀사항인 국정원 8국의 존재와 기능 편제 등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국정원의 주장대로 이총무가 정보위원으로서 취득한 기밀을 누설했다면 처벌이 불가피하다.

국회는 94년 6월 국회법을 개정하면서 ‘정보위원회 특례조항’을 신설, 정보위 위원 및 정보위 소속 공무원이 직무상 알게 된 국가기밀을 공개누설할 경우 국회의결로 징계하도록 했다.

이와는 별도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에 처벌조항을 두어 위반자에 대해 5년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공무상 비밀누설 행위는 형법에 의해서도 2년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년이하의 자격정지 처벌을 받게 된다.

이에 대해 이부영총무는 “국회 정보위에서 국정원으로부터 8국의 존재 자체만 보고받았다”며 “8국의 구체적인 기능 편제 등은 개인적으로 입수한 문건을 보고 알았다”고 반박했다.

따라서 이총무는 8국의 존재 자체만 보고받은 것을 공무상 국가기밀 취득으로 보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더구나 불법적인 도청 감청을 한 국정원의 기구와 인원을 공개한 것을 기밀누설이라고 하는 것은 적반하장이라는 주장이다.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도 “우리나라의 어떤 법률도 국가안보와 무관한 국정원의 사찰을 허용하지 않는 만큼 여권의 국익저해 운운은 말이 안된다”고 밝혔다.

나아가 한나라당 관계자들은 “국정원의 조직과 인원은 국정원 조직법의 테두리 내에서 언제든지 조정이 가능한 만큼 국가기밀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앞으로 이사건 수사과정에서 이총무가 국정원으로부터 8국과 관련해 어느 정도의 내용을 보고받았는지와 8국의 존재만 보고받았을 경우 공무상 비밀누설에 해당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결국 정치적 타협에 의해 해결되지 않겠느냐는 게 정치권 안팎의 관측이다.

현재 여권은 법대로 처리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으나 앞으로 정치개혁과 새해예산안 처리 등을 위해 야당측과 적당한 시기에 정치적 절충을 모색할 가능성이 크다.

검찰도 이를 예상해 이 사건 수사를 가급적 서둘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기대기자〉k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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