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準조세 경상이익의 35%"…흑자그룹 적자 만들었다

  • 입력 1999년 8월 18일 19시 25분


국내 재벌그룹중 준조세(準租稅)를 가장 많이 내고 있는 그룹은 삼성으로 나타났다. 경상이익 규모에 비해서는 대우그룹이 가장 많은 준조세를 내왔으며 한화그룹 등은 준조세를 내지 않았다면 흑자 전환도 가능했던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경제연구원은 18일 ‘조세외 공공부담과 재정’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599개 상장사(금융업 제외)의 재무제표를 토대로 94∼97년 준조세 지출 현황을 조사한 결과 총8조2578억원을 낸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같은 기간 이들 상장사의 경상이익 총액 23조7066억원의 35%에 달하며 연구개발비 16조9247억원의 절반(49%)에 이르는 수준이다.

한경연은 법인세를 제외한 세금과 기업의 기부금, 판매와 관련없는 접대비용, 각종 단체회비 부과금 등을 준조세에 포함했다.

5대그룹 중에는 삼성이 94년부터 98년 상반기까지 1조2173억원을 각종 명목의 준조세로 납부, 수위를 차지했다. 삼성의 준조세 규모는 같은 기간 그룹 전체 경상이익 5조9371억원의 20.5%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다.

현대는 같은 기간 7020억원을 내 2위를 차지했으며 LG(6239억원) 대우(5726억원) SK(3756억원) 순으로 준조세를 많이 냈다.

특히 대우는 다른 그룹들이 경상이익의 20∼30%를 준조세로 낸 데 비해 79%를 준조세로 납부, 영업실적에 비해 준조세 부담이 가장 과중했던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대부분의기업이최악의 적자를 냈던 97년의 경우 준조세 부담이 없었다면 현대 대우 한화 효성그룹 등은 적자에서 흑자로전환할수있었다고 밝혔다.

경상이익 대비 준조세 비율을 기업규모별로 보면 대기업은 26%, 중소기업은 52%로 중소기업의 준조세 부담이 훨씬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한경연 한경동(韓暻東)연구위원은 “기업들이 유무형으로 얻는 각종 사회적 혜택을 고려할 때 준조세의 절대규모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면서 “그러나 선진국처럼 준조세 사용내용에 대한 철저한 감시가 이뤄져야 효율적인 자금흐름이 이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래정기자〉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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