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는 몇달째 끌어온 특별검사제 및 국정조사 문제 같은 정치 현안이 발목을 잡고 있다. 게다가 야당은 내각제 개헌 연내 유보의 책임을 묻는다며 김종필(金鍾泌)총리해임 건의안이라는 것도 제기해 놓았다. 이러한 정치인 중심의, 여야 이해관계 테두리의 현안들에 300명에 이르는 국회의원들이 한결같이 매달려 있다. 의원들의 입장에서는 당 지도부 혹은 총무단이 이른바 정치현안의 해법을 찾기까지는 별로 되는 일이 없다는 것을 뻔히 알기 때문에 그저 ‘위’만 쳐다보는 식이다.
이렇게되면 당연히 민생현안은 뒤로 밀리게 되어 있다. ‘위’에서 정치현안이라는 총론에만 매달리니 소속 의원들은 ‘각론’에 정성을 쏟을리 없다. 추경안과 수해복구 예산문제 등을 다루는 이번 국회 예산결산특위가 겉도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예산편성과는 동떨어진 정치쟁점을 부각시키거나, 몇가지 질의만 그럴듯하게 해놓고는 정부측 답변이 나올 무렵이면 자리조차 지키지 않는 의원이 적지 않다는 보도다.
이번 임시국회에는 수해대책비 말고도 이미 1조2981억원 규모의 제2차 추가경정 예산안과 그 부수법안, 그리고 봉급생활자 에 대한 세금경감조처 등을 담은 민생 개혁 법안 등이 상정돼 있다. 대부분 몇달전의 임시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해 넘어온 것들이다. 정치현안이라는 거친 물결위를 표류해온 수백건의 안건들이 몇달 지나 다시 정치현안에 떼밀리고 있다. 정치현안이란 것도 특검제나 국정조사같은 전혀 새로울 것 없는 사안이다.
과거 한 시절, 정치현안을 둘러싼 여야의 정쟁이 민생과 거리가 있더라도 국민이 관대했던 때가 있었다. 어두운 시절 정치권에 대한 국민적 이해요 배려였다. 그러나 그런 비정상적이고 변칙적인 정치적 유습이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가. 시대가 바뀌고 환경이 변한 마당에, 새로울 것이 없는 정치 쟁점을 놓고 정쟁이나 거듭하면서, 진지하게 다루어야할 민생 심의는 외면한다면 정치인의 도리와 의무를 저버리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여야간의 정치적 대치나 대립이 없을 순 없겠다. 하지만 민생을 보살피고 수재민(水災民)의 고통을 덜어주기는커녕 정쟁만 일삼는 정치는 국민적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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