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총선多者대결 구상]총선高地 점령후 거대新黨 추진

  • 입력 1999년 7월 26일 22시 56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구상하고 있는 독자신당 창당론은 종전의 정계개편론이 다분히 관념적 구상에 치우쳤던 데 반해 현실적 계산에 바탕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자민련의 합당거부 기류나 ‘YS신당’의 창당움직임 등 현재의 정국상황에 비추어 내년 총선을 ‘다자(多者)대결구도’로 끌고 가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판단에 근거해 마련된 구상이기 때문이다.

여권의 한 핵심관계자는 “앞으로는 정국구도를 바꾸는 인위적인 노력보다 현실의 흐름을 인정하는 바탕 위에서 대책이 마련될 것”이라고 말해 이런 분석을 뒷받침했다.

무엇보다 이 구상의 바탕에 깔려 있는 논리는 김대통령이 87년의 대통령선거 때 내세웠던 ‘4자 필승론’과 매우 닮은 꼴이다. 당시 DJ의 논리는 ‘노태우(盧泰愚)〓TK, 김영삼(金泳三)〓PK, 김대중〓호남, 김종필(金鍾泌)〓충청’의 지역대결구도가 전개될 경우 결집력있는 호남표에 재야와 비판적 중산층의 표를 보태 승리할 수 있다는 것.

실제 이 논리의 연장선상에서 치러진 88년 총선에서 DJ의 평민당은 서울지역에서만 42개 의석 중 17석을 차지해 전국적으로 제2당의 위치를 확보했다. 내년 총선에서 이른바 ‘여당 프리미엄’까지 부가되면 제1당의 위치를 충분히 차지할 수 있다는 게 여권 핵심부의 판단.

특히 여권 핵심부는 중선거구제로 선거제도가 바뀔 경우 영남과 충청지역에서도 충분히 ‘잠식(蠶食)’이 가능하다고 본다. 따라서 DJ의 새 정계개편 구상은 ‘신(新)4자 필승론’이라 부를만 하다.

김대통령은 내년 총선에서 제1당의 위치를 확보할 경우 지금보다는 훨씬 용이하게 주도권을 갖고 ‘거대신당’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게 여권 관계자의 얘기다. 여권 관계자는 “자민련 충청권 의원들이 합당에 반대하는 속내는 총선 때문”이라며 “총선 후에는 여권 프리미엄을 의식해 합당여론이 강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민회의가 한나라당의원들에 대한 총선 전 영입을 사실상 포기한 것도 독자세력화를 지원해 한나라당을 분열시키는 게 효과적이란 판단에서 나온 결정으로 보인다.아무튼 이같은 구상은 국민회의의 9월 조기창당론과 맞물려 있다. 여권 핵심인사들은 “가능하면 빨리 신당의 기치를 들어야 내년 총선에서 유권자들에게 인지도를 높일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물론 조기창당의 실현여부는 현재 진행 중인 영입작업의 성과와 직결되는 일이다. 그러나 국민회의측은 ‘제2창당’으로 면모를 일신한 후 영입작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어서 절차상 무리만 없다면 9월 ‘제2창당’ 목표에는 변함이 없을 듯 하다.

문제는 정국구도가 김대통령이 그리는 방향대로 전개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현재는 YS신당의 창당이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지만 한나라당이 YS와 손을 잡는 양상으로 흐름이 바뀔 경우에는 김대통령의 구상도 다시 손질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동관기자〉dk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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