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통령 취임1년]여권, 관료사회 왜 장악못하나?

  • 입력 1999년 2월 23일 19시 21분


《취임 1주년을 맞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처한 정치적 환경은 결코 희망적이지 못하다. 특히 내정문제는 어느 분야도 순탄하게 돌아가는 것이 보이지 않을 정도다. 우선 정국운영의 중추적 기능을 해야 할 여야관계부터 장기적 교착상태를 벗어날 기미가 안보인다. 여야는 지난 1년동안 소모적 대립구도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했다.

국회가 정상적으로 가동한 날도 손에 꼽을 정도였다. 더욱 상황을 악화시키는 요인은 여여, 즉 국민회의와 자민련간의 내각제 갈등이다. 그동안 내연(內燃)의 수준으로 잠복해있던 갈등은 이제 가시적으로 표출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뿐만 아니다. 권력상층부와 기성관료층 사이에 보이지 않게 형성된 불신과 갈등마저 표면화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어 민생에 주름살이 더해가는 실정이다. 그래서 김대통령이 기존의 발상법이나 접근방식으로는 정치적 환경을 호전시키기 힘들다는 지적이 적지 않게 나오는 것이다. 정치권이 정국운영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처방을 찾기 위해 직시해야 할 정국현안들을 객관적으로 진단해본다.》

“법안을 강행처리한 것은 관료사회에 힘을 과시하기 위한 측면도 있다.”

지난달 7일 국회 본회의에서 여당이 사흘연속 민생법안 등을 ‘날치기’처리한 직후 국민회의 간부가 던진 말이다. 법안 강행처리에 따른 부담도 컸지만 이를 통해 야당에 끌려다니지 않는 단호한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관료조직, 특히 군 검찰 정보기관 경제관료 등에게 호락호락한 정권이 아님을 과시하려 했다는 얘기다.

이 말은 현 정권이 그동안 관료조직을 제대로 장악하지 못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현 정권은 지난 1년간 개혁추진과정에서 관료조직의 반발이나 냉소에 부닥쳐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었다.

청와대와 국민회의는 기회있을 때마다 관료사회의 무사안일과 반개혁성향 등을 집중 성토했으나 개선의 기미가 별로 보이지 않았다. 이는 기본적으로 개혁에 소극적인 관료조직의 속성 때문이지만 소수정부인 현 정부가 제대로 관리를 하지 못해 이를 증폭시켰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자민련과의 공동정권이다보니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게 전적으로 힘이 쏠리지 않는데다 내각제 개헌 문제로 현정권의 앞날이 불투명해 권력의 향배에 민감한 관료들이 자발적으로 돕거나 지지하기 보다는 ‘눈치보기’에만 열심이었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여권으로서는 관료사회에 대한 과감한 개혁보다는 할 수 없이 이들을 껴안고 가는 경우가 많았다. 공직자 사정(司正)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구정권의 관료들을 대거 등용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민회의의 한 관계자는 “소수정권이기 때문에 파생되는 문제를 해결하느라 관료사회를 개혁할 프로그램도, 이를 실천할 의지도 없었던 게 사실”이라고 시인했다. 또 국민회의가 국정운영의 시스템을 잘 몰라 문제의 심각성이 드러난 뒤 관료들을 질책하는 등 뒷북을 치는 점도 관료사회에 대한 ‘영(令)’이 서지 않는 주요 원인이라는 비판도 많다.

〈양기대기자〉k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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