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통령 취임1년]「내각제」場外 勢대결 심화

  • 입력 1999년 2월 23일 19시 21분


《취임 1주년을 맞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처한 정치적 환경은 결코 희망적이지 못하다. 특히 내정문제는 어느 분야도 순탄하게 돌아가는 것이 보이지 않을 정도다. 우선 정국운영의 중추적 기능을 해야 할 여야관계부터 장기적 교착상태를 벗어날 기미가 안보인다. 여야는 지난 1년동안 소모적 대립구도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했다.

국회가 정상적으로 가동한 날도 손에 꼽을 정도였다. 더욱 상황을 악화시키는 요인은 여여, 즉 국민회의와 자민련간의 내각제 갈등이다. 그동안 내연(內燃)의 수준으로 잠복해있던 갈등은 이제 가시적으로 표출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뿐만 아니다. 권력상층부와 기성관료층 사이에 보이지 않게 형성된 불신과 갈등마저 표면화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어 민생에 주름살이 더해가는 실정이다. 그래서 김대통령이 기존의 발상법이나 접근방식으로는 정치적 환경을 호전시키기 힘들다는 지적이 적지 않게 나오는 것이다. 정치권이 정국운영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처방을 찾기 위해 직시해야 할 정국현안들을 객관적으로 진단해본다.》

내각제 개헌 연내 ‘실시’냐, ‘유보’냐를 둘러싸고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세(勢)대결’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국민회의는 23일 비호남지역 출신 의원 40여명이 서울시내의 한 음식점에 모여 결의문을 채택하고 그동안 물밑에서 논의해온 ‘내각제 개헌 유보’입장을 공식화했다.

이 자리에는 김영배(金令培)부총재 안동선(安東善)지도위의장 손세일(孫世一)전당대회의장 등 중진과 수도권 및 영남지역의원들이 참석했다.

그러나 이들은 자민련의 심기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결의문의 문구를 최대한 온건하게 표현했으며 모임에 참석하지 않은 조세형(趙世衡)총재권한대행은 “당의 공식행사가 아니다”고 말했다.

반면 자민련 원외 지구당위원장 80여명은 이날 서울 마포당사에 모여 22일 수도권 지구당위원장들이 구성한 ‘내각제개헌 실천 투쟁위원회’를 전국 규모로 확대했다.

이들은 이날 “연내 내각제 개헌이야말로 민족의 번영과 정치의 선진화를 위한 절체절명의 역사적 과제”라며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게 개헌합의 이행을 촉구했다. 이어 “김대통령이 25일까지 개헌 일정을 밝히고 국민회의와 자민련 공동의 내각제개헌추진위가 구성되지 않으면 공동정부에 참여한 자민련 출신 각료를 전원 사퇴시키는 등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는 내용의 결의문을 채택했다.

이들은 이와 함께 당지도부에 연내 내각제 개헌 당론과 배치되는 발언을 하는 사람을 출당(黜黨)하고 3월1일부터 시도지부 및 지구당별로 ‘내각제개헌 실천 투쟁위’를 결성하라는 건의서를 제출했다.

양당은 한동안 이같은 기싸움을 계속할 전망이지만 기싸움이 전면전으로 확산될 가능성은 다소 낮은 편이다.

서로 극단적 파국은 피하자는 생각이어서 당분간 일정 수위를 유지하면서 ‘적당한’ 강도의 신경전을 계속 벌일 가능성이 높다.

〈송인수·윤영찬기자〉i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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