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대통령 지역감정 우려발언 안팎]

  • 입력 1999년 1월 27일 19시 30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지역감정에 대한 우려를 거듭 표명하고 있다. 그만큼 지역감정의 폐해를 김대통령이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지역감정문제는 이미 여권의 최대 현안이 되고 있다.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지역감정문제를 더이상 ‘자연적 치유’에 맡길 수만은 없다는 게 여권의 판단이다. 김대통령이나 여권 관계자들이 지역감정문제를 얘기할 때 정치개혁의 필요성도 함께 언급하는 것도 이런 연유다.

이런 점에서 김대통령의 지역감정 퇴치발언은 향후 정국의 큰 틀을 바꾸는 ‘그랜드 플랜’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즉 정치개혁과 망국적인 지역감정 치유를 위해서는 그 어떤 조치보다 지역대결구도를 해소할 수 있는 정치구도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을 김대통령이 내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정황은 김대통령을 비롯한 여권 관계자들의 기본시각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우리가 집권한 이후 지역적으로 그 어떤 차별도 없었다”는 김대통령의 단언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의 흐름은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쪽으로 진행돼 왔다는 게 여권의 시각이다.

지역감정이 심화되고 있는 원인에 대한 여권의 진단도 마찬가지다.

여권 관계자들은 과거정권 하에서의 지나친 지역편중을 시정하는 과정에서 기득권층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과 정권교체에 따른 ‘정치환절기’에 일부 정치인들이 의도적으로 지역감정을 부추겨 악용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따라서 큰 정치구도를 바꾸는 개혁이 없이는 지역감정 치유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김대통령의 판단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여권은 ‘그랜드 플랜’을 실행하기 위한 기반조성과 이에 앞선 정부차원의 지역감정 치유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여권은 우선 홍보를 강화하는 한편 조만간 있을 대대적인 고위공무원 인사에서 지역편중인사 논란을 종식시키기 위한 ‘탕평책(蕩平策)’을 실시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김대통령의 의지는 확고하며 곧 가시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전했다. 최근 단행된 신임 식품의약품안전청장 임명과 경찰수뇌부 개편에서 이미 김대통령의 의중이 분명히 드러났다는 설명이다.

그는 또 어느 기관도 특정지역 출신이 고위직의 30%를 넘지 않게 될 것이라고 ‘가이드 라인’을 제시했다. 특정지역의 유불리 차원이 아닌 지역균등 차원의 탕평책을 실시할 것이라는 얘기다.

다음은 가칭 ‘국민화합 실현을 위한 법률’ 제정 추진 등 제도화작업이다.

그러나 여권은 궁극적으로는 국민 의식의 변화와 함께 현재와 같은 지역할거식 정치구도의 개혁이 이뤄져야 지역주의를 극복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와 함께 내년 총선에서의 안정의석 확보도 ‘탈(脫)지역주의’ 구도하에서만 가능하다는 게 여권의 판단이다.

지역감정에 대한 김대통령의 잇단 언급은 새해 들어 부쩍 빨라진 정치권의 재편 움직임과도 밀접한 함수관계가 있다.

〈임채청기자〉ccl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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