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정계개편 시나리오]野비주류 끌어 이회창고립化

  • 입력 1999년 1월 24일 20시 09분


정치권이 술렁거리고 있다. 대지각변동의 전조(前兆)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여권, 그중에서도 청와대와 국민회의를 중심으로 한 정계개편의 시나리오가 점차 가시화되고 있는 것이다. 가까이는 내년으로 다가온 16대총선, 멀게는 정권재창출을 염두에 둔 심모원려(深謀遠慮)의 청사진은 경제청문회가 끝나는 2월중순부터 그 실체가 조금씩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대(對) 야당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와 김덕룡(金德龍)부총재, 이기택(李基澤)전총재대행 등을 제외한 비주류 계파 보스들이 집중적인 접촉대상이다. 목표는 ‘이총재의 고립화’. 이한동(李漢東) 김윤환(金潤煥) 서청원(徐淸源)의원과 민주계 신상우(辛相佑)국회부의장 등 ‘비주류’인사 전원에게 손길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여권 내부에는 당초 ‘거대신당 출현’과 ‘다당제’구도를 놓고 양론이 있었다. 일각에서는 신당보다는 대구경북(TK)지역 독자정당을 중심으로 한 다당제구도가 더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한나라당 이탈세력으로 독자정당, 그것도 영남대표성을 가진 독자정당의 출현을 기대하기는 무리라는 것이 여권 핵심부의 평가였다.

야권인사들의 접촉은 주로 국민회의 핵심인사들이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정균환(鄭均桓)사무총장, 한화갑(韓和甲)원내총무, 동교동계 인사들이 선봉에 설 것이다. 권노갑(權魯甲)전의원의 움직임도 주시해야 할 대상이다. 정계개편에 대한 한나라당 내부시각은 복잡하게 엇갈리고 있다. 이총재측은 대여(對與)강경투쟁 기조를 더욱 강화함으로써 ‘집안단속’에 나섰다. 비주류측은 “이총재 체제로는 어렵다”는 공감대 속에‘이총재의 낙마’여부와 정계개편의 추이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대 전직대통령

여권은 전두환(全斗煥)전대통령과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이 ‘대타협’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움직이고 있다. 이중 전전대통령측과는 이심전심(以心傳心)의 교감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비록 전전대통령이 정치의 전면에 나서지는 않겠지만 허화평(許和平) 이원홍(李元洪) 장세동(張世東)씨 등 측근인사들의 ‘정치적 후견인’ 역할은 할 것이라는 게 여권핵심부의 관측이다. 전전대통령이 목포에서 열린 동서화합을 위한 법회에 참여하고 “대통령을 돕는 것이 애국”이라고 설파함으로써 현 여권과의 ‘밀월’이 계속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김전대통령과의 관계는 아직 찬바람이 여전하다. 경제청문회가 개최됨으로써 김전대통령측의 불편한 심기는 극에 달해 있다. 따라서 김전대통령에 대해서는 비관적 전망이 우세하다. 김전대통령의 아들 현철(賢哲)씨의 사면복권 문제도 걸림돌이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지난해 세 차례나 박상천(朴相千)법무장관을 불러 현철씨의 사면복권 문제를 검토했었다. 비록 대법원 판결이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번번이 무산됐지만 김전대통령이 빠진 동서화합이 ‘반쪽의 효과’밖에 없다는 사실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분위기다.

◇대 자민련

정계개편의전제이자 핵심이다. 내각제 및 합당문제를 풀어야만 여권핵심부가 구상하는 정계개편의 시동이 가능하다. 여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정계개편은 자민련의 양해와 동의하에서만 가능하다”며 “김종필(金鍾泌)총리없인 정권이 존재할 수 없다”고말했다. 이관계자는 “정권재창출을 위해서는 내각제 개헌과 합당외에 대안이 없다”며 “내각제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는 확신을 자민련측에 심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권 핵심부는 내각제개헌과 총선승리, 정권재창출을 위해서도 합당이 필수적이라는 논리를 개진하고 있다. 내년 총선이후 이원집정부제 개헌을 검토하는 것도 이때문이다. 자민련 핵심관계자가 청와대 고위인사에게 이원집정부제를 제안했다는 설도 있다. 하지만 자민련측을 의식, 극도로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김총리는 3차례에 걸친 청와대 단독회동에서 김대통령의 몇가지 제안에 대해 확답을 미루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자민련과의 합당을 전제로 한 여권의 정계개편 논의에 대해 자민련측은 “누구 맘대로…”라고 발끈하고 있으나 내부사정은 복잡하다. 아직까지는 김용환(金龍煥)수석부총재를 주축으로 한 ‘내각제 강경파’들의 목소리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들 사이에서는 “혹시, JP가…”라는 의심의 기류마저 엿보인다.

〈윤영찬기자〉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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