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건국위 문제점]『자문기구가 정부개혁 주도』

  • 입력 1998년 12월 2일 19시 27분


‘제2의 건국 범국민추진위원회’가 감사원 법무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일부 정부기관의 구조개혁에 관여하기로 한 것은 제2건국위의 역할과 기능에 비춰볼 때 문제가 많다는 분석이다.

단순히 대통령령에 의해 설치된 민관합동의 대통령자문기구에 불과한 제2건국위가 정부개혁 업무에 개입하는 것 자체가 월권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새 정부는 공공부문 개혁업무를 전담시키기 위해 기획예산위원회를 정부조직법상의 청와대 직속기관으로 두고 있는 상황이다.

기획예산위와 행정자치부에 맡겨도 될 업무를 굳이 제2건국위에 넘기는 것은 설득력이 약하다는 얘기다.

제2건국위가 맡기로 한 개혁업무 중 상당수는 자문기구가 수행하기엔 적합하지 않은 것이 많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공무원충원제도 개선만 해도 행자부가 이미 국장급이상 공무원의 30%를 계약직으로 채용하기로 하는 등 개혁방안을 내놓은 마당에 제2건국위가 새삼스럽게 나선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게다가 경찰 세무 보건 등 일선민원행정에서의 국민불편해소도 제2건국위의 활동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비판이 따른다. 제2건국위는 이들 민원이 제대로 처리됐는지도 점검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제2건국위가 국민과 직접 맞닿은 조직인 만큼 국민의 민원을 손쉽게 발굴해 해당기관에 건의하는 등 중간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경찰 세무 보건 등 해당기관에 민원실이 있는데 굳이 제2건국위가 나설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도 있다. 자칫 제2건국위가 이들 민원기관 위에 옥상옥(屋上屋)으로 존재하는 또다른 감시기관이 될 가능성도 예상되기 때문이다. 기획예산위 등 정부부처가 개혁업무를 제2건국위와 분담하기로 한 것 자체가 제2건국위를 또 하나의 실세부처로 인정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볼 수 있다.

더구나 국민불편해소 및 행정과정에 대한 국민참여확대 추진 등은 그 명분과는 달리 지방 곳곳으로 활동이 확산되면서 오해 혼선 부작용을 빚을 우려가 높은 것으로 지적된다.

부처별 홈페이지를 확충하고 정책결정문서를 홈페이지에 게재하는 방안도 행자부가 추진해야 할 일이지 제2건국위가 나설 일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공무원 의식교육을 맡는다는 발상도 위험하다는 지적이다. 의식교육의 내용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자칫 다수 공무원들이 정치적 목적에 동원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 연구관을 지낸 이석연(李石淵)변호사는 “정치개혁 행정개혁 재벌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하는 일이 정부가 할 일로서 위원회를 만들어 괜한 정치적 오해를 살 필요가 없다”며 “위원회가 잘못 운용되면 현정부의 개혁논리에도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변호사는 “위원회가 행정부의 업무를 대체하거나 행정부를 감독 지도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되면 위헌의 소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제2건국위는 권력기관의 구조개혁 등 행자부와 기획예산위의 역량으론 감당하기 어려운 개혁과제가 많다고 주장한다. 이들 개혁과제는 제2건국위가 국민여론을 수렴해 추진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라는 설명.

또 제2건국위가 정부개혁 작업을 직접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개혁안을 대통령에게 건의하는 형식을 빌리는 만큼 법적으로도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정부 관련부처의 한 관계자도 “제2건국위가 정부개혁 업무를 직접 담당한다면 월권이지만 대통령자문기구로서 독자적인 개혁방안을 내놓는 것이야 오히려 권장할 일”이라고 말했다.

특히 제2건국위가 민관합동으로 이뤄진 광범위한 조직인 만큼 공무원들이 모르는 개혁과제를 적극 발굴하는 장점도 기대된다는 것.

실제로 행자부와 기획예산위는 제2건국위의 개혁업무 동참을 당연한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기획예산위 관계자는 “어차피 개혁업무는 광범위한 만큼 제2건국위가 기획예산위의 일손을 덜어주면 좋은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기획예산위 행자부는 제2건국위와 유기적 협조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인적 물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실제로 기획예산위는 지난달초 김병일(金炳日·1급)사무처장을 반장으로 김광림(金光琳)재정기획국장 배철호(裵哲浩)재정개혁단장 등 9명으로 추진반을 구성해 제2건국위에 대한 지원 업무를 해오고 있다.

기획예산위 진념(陳稔)위원장은 제2건국위 상임위원, 이계식 정부개혁실장은 제2건국위 정부혁신태스크포스 위원이다.

공공부문 개혁을 주도해온 기획예산위가 제2건국위에 흡수됐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제2건국위의 모든 활동을 투명하게 공개해 그 위상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임규진기자〉mhjh2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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