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장경선 패배/한나라 어디로?]당분간 「과도체제」될듯

  • 입력 1998년 8월 4일 19시 46분


3일 국회의장 경선에서의 충격적 패배로 총체적 위기상황에 빠진 한나라당은 어디로 갈까.

당지도부의 리더십이 붕괴돼 응집력과 정체성을 잃어버린 한나라당은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원내 제1당이라는 정치적 의미도 퇴색했고 향후 국회운영이나 대여(對與)관계에서 주도권을 행사하기도 어려운 상황에 빠졌다. 조순(趙淳)총재조차 “창당 이래 최대의 타격”이라고 표현했다.

이런 상황에서 4일 오전에 열린 주요당직자회의와 의원총회는 한나라당의 현실을 그대로 드러냈다.

두 회의에서는 난상토론이 전개돼 향후 당의 진로에 대해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물론 당지도부가 사퇴하고 총재권한대행 체제나 비상대책위 체제로 ‘8·31’전당대회까지 가야 한다는 분위기가 우세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같은 과도체제는 현재의 위기상황을 극복하는데 뚜렷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우선 실세들이 빠진 과도체제가 당의 구심점 역할을 하기는 어려워 그 역할은 전당대회 준비에 국한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와 함께 ‘경선 반란자’를 솎아내야 한다는 목소리와 계파보스들의 책임론이 쉽게 수그러지지 않고 있는 점도 한나라당의 내홍(內訌)수습을 어렵게 하는 대목이다.

또 ‘권한’이 없는 과도체제는 유연한 대여협상보다는 강경노선을 그대로 유지할 가능성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국회부의장 선출과 상임위원장직 배분 등 원구성 협상이나 국무총리와 감사원장 인준 문제는 전당대회 이후의 과제로 미뤄버릴 공산이 크다.

여기에다 당권주자들이 ‘강한 야당’의 기치로 선명경쟁을 벌일 경우 여야 대치정국은 더욱 풀리기 어렵게 돼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볼 때 경선 패배가 한나라당을 ‘강한 야당으로 거듭나게 하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는 낙관적 견해도 없지 않다.

한 당직자는 “‘덩치’에 연연하는 정치에서 탈피해 ‘정예화’에 치중할 경우 재기가 가능하다”면서 “경선 패배 수습에 나선 4일이 훗날 ‘독립기념일’로 불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철기자〉full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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