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색정국 떠오른 현안들]與野 입장-대응책

  • 입력 1998년 3월 9일 19시 50분


‘북풍(北風)사건’에 대한 국정조사권 발동에 여야가 모처럼 한 목소리를 냈다.

한나라당은 이종찬 안기부장이 북풍수사에 관해 언급하자마자 6일 ‘헌정수호비상대책위’의 결정으로 국정조사방침을 천명했고 국민회의도 9일 간부회의에서 “북풍 국조권 발동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며 수용을 결정했다. 자민련 박태준(朴泰俊)총재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여권이 피해자인데 안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조권 발동에 따른 여야의 속내는 전혀 딴판이다.

한나라당은 정형근(鄭亨根) 정재문(鄭在文)의원 등 소속의원들이 거명되고 있는데다 북풍사건이 ‘정계개편’으로 몰고가기 위한 여권의 정치보복이라고 판단, ‘역공(逆攻)용’으로 국조권 발동을 들고 나왔다. 이한동(李漢東)대표가 9일 확대당직자회의에서 국조권 즉각처리를 강조하면서 “여당측의 야당흔들기와 파괴공작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지만 의지를 하나로 모을 때 돌파할 수 있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를 위해 한나라당은 오익제(吳益濟)씨가 월북하기 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을 만났는지 여부 등을 국정조사를 통해 중점 부각한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그러나 국민회의가 국조권 발동을 수용한 것은 야당의 의도와는 정반대다. 이는 국민회의 간부회의에서 “국조권은 과거 50년 동안 정치공작에 의해 왜곡된 정치현실의 전모를 밝히는 차원”이라며 “한나라당이 정치보복 운운하며 왜곡 선전하고 있으니 차제에 그 진의를 밝히는 차원에서 국조권을 수용해야 한다”는 발언이 나온데서도 분명히 드러난다.

즉 국조권을 발동해도 공작정치의 피해자였던 여권이 손해볼 일은 없으며 한나라당이 이 문제를 들고 나온 것은 결과적으로 ‘자충수’라는 게 국민회의의 시각이다. 이같은 여야의 동상이몽(同床異夢)으로 설령 국조권이 발동된다 하더라도 국정조사 대상이나 방법 등 구체적 사안을 놓고 여야가 대립하게 돼 합의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따라서 국정조사 실시여부는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 임명동의안 처리 등 다른 현안과 맞물려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김창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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