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원-외무부,내년2월 구성 對北정책기구 『신경전』

  • 입력 1997년 12월 25일 20시 29분


내년 2월 공식출범하는 김대중(金大中)정부의 대북 통일정책을 결정하는 기구구성을 둘러싸고 벌써부터 관련부처간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통일원과 외무부는 이미 자체적인 시안(試案)을 만들어 김당선자측 인사들을 상대로 「물밑 설득작업」을 벌이고 있다는 후문이다. 특히 유종하(柳宗夏)외무장관은 23일 김당선자에게 외교부문 업무보고를 하는 자리에서 이와 관련한 외무부측 구상을 보고했다는 게 국민회의 관계자의 전언이다. 두 부처의 「경쟁」은 26일 대통령직 인수위가 공식출범하면 더욱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통일원과 외무부의 구상은 김영삼(金泳三)정부의 대북 통일정책 실정(失政)을 비판적으로 보완하려는 점에서는 같다. 즉 △주요정책 결정권을 대통령과 청와대가 지나치게 독점해왔고 △중장기전략의 부재로 정책의 일관성을 잃었으며 △정책의 「사후결재」를 위해 법에 없는 편의기구인 통일안보정책조정회의에 매달려온 점 등을 고쳐야한다는 것이다. 외무부의 구상은 그동안 헌법기구이면서도 유명무실해진 「국가안전보장회의」를 활성화해 대통령이 이를 주재하면서 주요정책을 결정하자는 것이다. 이는 그동안 「경제와 외교대통령이 되겠다」고 천명해온 김당선자의 의도와도 맞다는 것. 외무부는 또 「국가안전보장회의」의 구성원이 10명이 넘기 때문에 효율적인 회의운영을 위해서는 그 밑에 5,6명의 인사로 소위원회를 두자는 의견이다. 이 경우 소위는 현재의 「통일안보정책조정회의」 구성원(통일부총리 외무 국방장관 안기부장 청와대외교안보수석 청와대비서실장 등 6명)을 유지하면 된다는 설명이다. 통일원도 「국가안전보장회의」의 정상화에 찬성하고 있다. 법적기구로서 「통일 및 남북대화에 관한 주요 정책을 종합적으로 심의 조정한다」고 되어 있는 「통일관계장관회의」(통일부총리 주재)를 활성화하면 더욱 좋겠지만 「국가안전보장회의」라는 틀도 무방하다는 입장이다. 또한 통일원의 구상은 「국가안전보장회의」 산하에 「통일안보정책조정회의」 멤버로 5,6인의 소위를 만들어야 한다는 점도 외무부와 의견이 같다. 그러나 통일원측은 정책조정기능을 통일부총리에게 맡겨야 하며 김당선자가 김대통령처럼 전면에 나서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두 부처는 「국가안전보장회의」 산하에 20∼30명의 관련부처 파견인원으로 사무국을 만들어 정보교류와 중장기전략 입안 등의 업무를 다루도록 해야 한다는데도 의견이 같다. 하지만 누가 이를 관장할 것이냐를 놓고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다. 외무부는 외교안보수석이 소위의 간사직과 함께 사무국도 챙겨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북 통일정책의 주요축 중 하나인 대미(對美) 대중(對中)외교와 4자회담 등을 직접적인 관련이 없고 손발이 없는 통일원이 맡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반면 통일원측은 사무국의 주요업무가 대북 통일정책인 만큼 당연히 통일원차관이 맡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외무부측이 외교안보수석의 역할 확대를 추진하는 것은 「청와대비서실을 축소하고 비서정치를 없애겠다」는 김당선자의 방침에도 어긋난다는 주장이다. 〈문 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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