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출범]「뜻」보다 「힘」만 하나로…

  • 입력 1997년 11월 21일 19시 48분


신한국당과 민주당이 21일 통합대회를 갖고 정식으로 합당을 선언, 「한나라당」이라는 새로운 당이 태어났다. 한나라당의 출범은 90년1월 출범한 3당합당체제가 해체되고 96년1월 민자당에서 간판을 바꿔단 신한국당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외형만 다를 뿐 정치적 내면을 들여다보면 한나라당 역시 신한국당과 민주당이 「뜻」을 합쳤다기보다는 정권 획득을 목적으로 한 물리적 결합이라는 점에서 3당합당과 별로 다를 게 없다. 더구나 이번 한나라당의 경우 대선을 불과 27일 앞두고 속전속결식으로 합당을 결행, 대선을 3년 가까이 남겨놓고 성사된 90년 3당합당 때와는 달리 훨씬 불안정한 요소가 많다. 실제로 통합협상 과정에서도 대부분의 복잡한 현안들을 대선 이후로 미뤄놓았다.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은 3당합당의 힘을 빌려 집권했지만 그 「업보(業報)」로 임기내내 비틀거렸다. 즉 김대통령 본인의 리더십결여 못지않게 3당합당의 주역인 민정계와 민주계간의 끊임없는 마찰도 국정파탄의 주요인 중 하나로 작용했다. 한나라당의 세력구성은 3당합당보다 훨씬 복잡하다. 합당 이전의 신한국당에서는 민정계와 민주계의 주도권싸움이 치열했다. 또 양 계파도 다시 몇개의 소그룹으로 나누어져 계파의 대표성 확보를 위한 내부쟁투를 벌였다. 합당 전의 민주당도 복잡다기한 세력들의 결집체였다. 현재로서는 대선승리라는 목표가 여러 이질적인 세력을 한데 묶어놓고 있다. 만약 한나라당이 대선에서 패배하면 각 세력은 뿔뿔이 흩어져 제 갈 길을 갈 것이다. 특히 한나라당 창당의 주역들은 정치신인인 이회창(李會昌)후보와 조순(趙淳)총재라는 점에서 대선에서 패배할 경우 행보는 더욱 불확실하다. 반면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각 세력의 지분싸움이 불꽃을 튀기면서 과거의 민자당, 또 그 후신인 신한국당의 전철을밟을가능성이크다. 그로 인한 국정파행은 또 고스란히 국민의 부담으로 되돌아올 수 밖에 없다. 어떤 수사(修辭)를 덧붙여도 한나라당은 분명 우리 정치사에 또하나의 실험이라는 평가속에 출범될 수밖에 없다. 〈임채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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