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일 총비서시대]통치이념은 「붉은기 사상」

  • 입력 1997년 10월 10일 20시 27분


김일성(金日成)이 「주체사상」으로 북한체제를 이끌어 왔다면 김정일(金正日)의 통치이념의 근간은 「붉은기 사상」이라 볼 수 있다. 북한이 「붉은기 사상」을 내세우기 시작한 것은 95년 8월28일자 노동신문을 통해서였다. 당시 노동신문은 「붉은기를 높이 들자」는 제하의 정론에서 「붉은기는 김정일의 신념이며 철학」이라고 규정했다. 특히 북한 중앙방송은 올 1월1일 당 군 청년보 공동사설(신년사)과 김일성의 94년도 신년사를 방송하기에 앞서 무려 30분간 「방송정론」을 통해 「우리의 신념과 붉은기」라는 제목으로 「붉은기 사상」을 설파했다. 공동사설 역시 「붉은기 사상」에 대해 14차례나 언급한 반면 「주체사상」이라는 용어는 전혀 사용치 않았다. 이 때문에 김정일이 「주체사상」이 아닌 또다른 사상을 만들어낸 게 아닌가 하는 추측마저 불러 일으켰다. 김정일이 김일성과의 차별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새로운 통치이데올로기를 내건 게 아니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북한당국은 현재까지 사상체계로서의 「붉은기 사상」에 대한 분명한 해석이나 체계화한 이론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것은 「붉은기 사상」이 △원리로 되는 주체의 혁명철학(주체사상) △혁명의 원동력인 일심단결의 철학 △혁명의 승리를 확신하는 신념의 철학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그 구체적 실천강령으로 「고난의 행군정신」과 「혁명적 군인정신」을 강조하고 있다는 정도다. 따라서 「붉은기 사상」은 「주체사상」과 다른 별개의 사상이라기보다는 김일성사후 대내외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김정일이 주민들의 사상적 각오를 새롭게 하기 위한 것에 불과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붉은기」란 다름아닌 「주체의 깃발」이며 따라서 「붉은기 사상」은 「주체사상」과 거의 동일한 것이라는 얘기다. 통일원 박성훈(朴聖勳)정보분석실제1분석관은 『「붉은기 사상」은 「주체사상」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주체사상」에 상징성을 부여해 김정일중심의 인민대중의 단결을 강화시켜 난관을 돌파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철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