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비자금說 2차폭로]與「自害위험」감수 『도박』

  • 입력 1997년 10월 10일 20시 27분


신한국당이 당내 진통끝에 급기야 김대중(金大中)국민회의총재의 「기업비자금 수수의혹」이라는 비수까지 꺼내들었다. 신한국당이 10일 김총재를 향한 폭로전에 경제계까지 끌어들임으로써 대선정국은 문자 그대로 「불가측(不可測)의 혼란상」으로 빠져들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신한국당측도 내부적으로 고심을 거듭했다. 전통적으로 여당의 「우군(友軍)」으로 간주해온 기업인들의 「음성적인 정치자금 제공」 관행을 헌정사상 처음으로 여당 스스로 폭로하고 검찰수사까지 요구할 경우 예상되는 상황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 비자금사건」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기업인들에 대한 개천절 사면이 단행된지 불과 일주일이 지났고 최근 들어서는 주가가 곤두박질치는 등 경제사정이 악화되고 있는데 기업인들을 또다시 들쑤시는 것은 경제계의 이반을 자초하는 일이라는 게 당내 신중론자들의 주장이었다. 그러나 신한국당은 「극약처방」을 선택했다. 이대로는 대선승리가 힘들다는 초조감 때문이다. 기업인들의 지원에 더이상 큰 기대를 걸기 어렵다는 정치현실의 변화에 대한 인식 또한 폭로강행의 요인중 하나다. 아무튼 신한국당은 여러가지를 노린 듯하다. 김총재의 도덕성을 문제삼아 지지율을 끌어내리려는 게 1차목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김총재가 한 축을 이루어온 「3김(金)정치」의 일그러진 모습을 최대한 부각시켜 이미지 차별화를 통한 이회창(李會昌)총재의 지지율 제고를 도모하자는 것 같다. 폭로내용을 살펴보면 이같은 속내가 확연하게 드러난다. 신한국당이 폭로한 김총재의 기업비자금 내용을 보면 자금을 받은 시점이 대부분 92년 대선 직전으로 돼있다. 정치권 안팎에서 이번 신한국당의 폭로로 경우에 따라서는 폭발적인 상황이 벌어지지 않나하는 관측이 대두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총재 진영은 내심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92년 대선자금 의혹이 다시 불거지더라도 어쩔 수 없다거나 최악의 경우엔 김대통령과 김총재의 동반희생까지도 불사하겠다는 생각도 하는 듯하다. 대선구도 자체를 뒤바꾸지 않는 한 승산이 희박하다고 판단하는 이총재 진영으로서는 이번 비자금파문을 정치권의 새판짜기 계기로 몰고가겠다는 심산이다. 그러나 이총재 진영의 구상대로 상황이 진전될는지는 미지수다. 신한국당의 폭로엔 「자해성(自害性)」의 요소가 있기 때문이다. 신한국당내에서도 스스로 꺼내든 비수에 오히려 이총재 진영이 상처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않다. 무엇보다 92년 대선자금에 직 간접적으로 관련된 사람들이 신한국당내에 아직 무수히 남아 있다. 칼끝이 자신들을 향할 경우 이들이 자구책을 모색할 것은 당연하다. 벌써부터 당내 일각에서는 이총재의 모험에 제동을 걸려는 기류가 감지된다. 검찰이 신한국당의 폭로를 뒷받침하기 위해 수사에 착수할는지도 아직은 알 수 없다. 신한국당내에서도 대선을 2개월 남짓 앞두고 집권여당 후보의 지지율이 1위와 상당한 격차를 보이며 2,3위를 오르내리는 상황에서 검찰이 선뜻 수사에 나서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더욱이 92년 대선자금 수수는 이미 정치자금법의 공소시효가 지나 가벌성을 결여하고 있기 때문에 단순한 사실규명이나 해명 차원의 조사를 검찰에 요구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지적도 적지않다. 신한국당의 정파간 연대 구상도 이미 물건너 간 느낌이다. 비자금파문의 파괴력에 위협을 느낀 다른 정파들이 신한국당에 등을 돌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동안 관망태도를 취했던 김종필(金鍾泌)자민련총재가 김대중총재와 공동대처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여러 가지 정황으로 미뤄 김총재의 기업비자금 수수의혹은 대선 때까지 여야간에 무차별적인 폭로공방을 유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 과정에서 누가 상처를 입을지는 현재로선 가늠하기 힘들다. 대선정국의 시계(視界)를 가리는 안개가 언제 어떻게 걷힐는지 기약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임채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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