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옥외연설 합의」 비난 빗발 『당혹』

  • 입력 1997년 10월 4일 20시 16분


《여야가 정치개혁협상에서 옥외집회를 허용키로 합의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시민단체들은 즉각 반발했다. 선관위도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자 여야는 옥외집회의 횟수나 규모를 줄이는 등 수정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 정치권 ▼ 여야는 연말 대선에서 옥외정당연설회를 최대한 3백3회나 개최할 수 있도록 합의한 데 대해 비난여론이 빗발치자 4일 당황한 빛을 감추지 못하며 황급히 입장을 철회했다. 신한국당 목요상(睦堯相)총무는 『크게 문제가 될 것 같지 않아 후보합동연설회를 야당에서 철회하는 조건아래 옥외집회를 수용했다』고 해명했다. 목총무는 이어 『언론에서 문제가 있다고 하니 집회 참석인원을 제한하는 쪽으로 수정제의하겠다』고 말했다. 국민회의 박상천(朴相千)총무와 자민련 이정무(李廷武)총무는 각각 『옥외집회 자체를 금지하는 것은 전체주의 사회나 계엄하에서나 있을 수 있는 일로 발상 자체에 문제가 있다』 『기본적으로 이번 선거가 TV토론 중심으로 가는데 뭐가 문제가 되겠느냐』고 항변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도 연설횟수를 30회로 축소하는 등의 보완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여야 총무들은 당초 잠정합의시 △어차피 후보들이 TV토론에 나가느라 많은 연설회에 참석할 수 없고 △지방중소도시에서는 후보들을 직접 대면하는 「스킨십정치」를 고대하고 있다는 등의 요인을 감안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고비용정치구조의 개선을 바라는 일반 국민들의 정서를 외면했다는 비난여론이 일자 『너무 안이한 생각을 했었다』고 판단하는 듯하다. ▼ 시민단체 ▼ 참여연대와 경실련 등 시민단체들은 일제히 『선거개혁이라는 큰 물줄기를 거스르는 구태적 발상』이라고 비난하고 철회를 주장했다. 참여연대 박원순(朴元淳)사무처장은 『서울과 지방의 TV토론회를 활성화해 막 「미디어 정치」의 발걸음을 뗀 상태에서 정치권이 다시 고비용의 온상인 「동원정치」를 되살리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경실련 하승창(河勝彰)정책실장도 『TV화면을 통해 전달되는 이미지로만 후보를 평가할 수는 없지 않느냐는 반론이 있지만 TV합동토론회를 열면 된다』며 정당연설회는 이미 실효성을 상실했다고 주장했다. 시민단체들은 여야 3당이 옥외연설회를 허용하려는 것은 『동원력을 과시해서 조직과 자금이 미약한 후보를 제압하려는 정치적 계산을 하기 때문』이라고 힐난하고 『유권자를 모으려는 발상에서 벗어나 이제는 유권자를 찾아다니겠다는 적극적인 생각을 가져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즉 미국의 빌 클린턴 대통령이 대선에서 「21세기로 향하는 열차」를 타고 작은 마을을 방문, 소규모 주민들을 상대로 즉석에서 연설을 하는 방식을 되새겨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시민단체들은 현행 TV토론 방식도 후보나 정당의 정책을 분명하게 차별화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사무처장은 『선진국의 경우 당의 정책브레인이 TV에 출연해 논전(論戰)을 벌이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며 『당의 정책위의장이나 선대본부장 등이 나와 합동토론회를 갖는 방안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중앙선관위 ▼ 중앙선관위 김호열(金弧烈)홍보관리관은 『고비용 정치구조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대규모 옥외유세를 위한 청중동원』이라며 『그래서 중앙선관위는 지난 8월 정치관계법 개정의견을 낼 때 옥외집회는 전면금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고 밝혔다. 유권자들이 접촉하는 것은 옥내집회로도 충분하기 때문에 구태여 옥외에서 할 필요가 없으며 요즘은 대도시는 물론 중소도시나 군 지역에도 충분한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이 다 갖춰져 있다는 것이 선관위의 입장이다. 선관위는 이와 함께 종전에도 돈을 주고 청중을 동원하는 것은 기부행위에 해당돼 처벌대상이었지만 워낙 음성적으로 이뤄져 적발이 매우 어려웠기 때문에 돈을 주고 청중을 동원하는 소지를 아예 없애기 위해서는 옥외집회를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선관위는 또 유권자들이 자발적으로 후보자를 보고 싶어하는 경우 직접 접촉할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 옥외집회를 허용해야 한다는 정치권의 주장도 잘못이라고 반박했다. 통합선거법에서는 정당연설회가 아니더라도 다중이 모여있는 장소를 찾아다니면서 확성기를 부착한 차량을 이용, 가두집회를 하는 것은 무제한 허용하고 있다는 것. 〈최영묵·김정훈·정용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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