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내분 뒤편 기류]『대권 넘어가도 黨權만은…』

  • 입력 1997년 9월 25일 20시 17분


신한국당에서 요즘 벌어지고 있는 내분 양상의 이면을 살펴보면 지든 이기든 대선 이후의 당권장악까지 염두에 둔 힘겨루기라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이회창(李會昌)대표와 민정계를 중심으로 한 주류 및 민주계가 주축이 된 비주류는 서로 방법론은 다르지만 일단 대선에서의 정권재창출을 최우선목표로 내세우고 있긴 하다. 그러나 최근들어 이대표의 지지도 하락과 당내분이 가속되면서 양측의 움직임에서는 이대표의 당락과는 별개로 대선 이후의 당권장악 의지가 강하게 감지된다. 서석재(徐錫宰) 서청원(徐淸源)의원 등 민주계의 비주류 핵심인사들이 『누가 만든 당인데 떠나느냐』며 당에 남아 「뒷날」을 도모하기로 한 것이 그 단적인 예다. 이들의 구상은 「당잔류→후보교체→이인제(李仁濟) 조순(趙淳)후보와의 연합→정권재창출」의 시나리오인 듯하다. 다시 말해 10월 중순까지 이대표의 지지도가 회복되지 않을 경우 후보교체를 관철시키고 당권을 장악하겠다는 의도다. 이는 설령 대선에서 질 경우에도 민주계를 중심으로 신한국당을 재편, 주도권을 쥐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이같은 당권장악 의도는 김윤환(金潤煥)고문을 중심으로 하는 민정계 등 주류쪽 기류에서도 역력히 드러난다. 김고문은 줄곧 이대표에게 『발목을 잡는 사람들을 언제까지 끌어안고 갈 수는 없다』며 비주류를 도려내는 작업이 불가피하다는 견해를 밝혀왔다. 즉 민정계를 주축으로 한 주류가 확실하게 당권을 장악하겠다는 뜻이다. 당내에서는 김고문의 이같은 구상이 대선을 앞둔 민정계의 「또다른」 행보와도 밀접하게 관련돼있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즉 이대표로 집권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설 무렵 구여권세력이 이대표를 제외한 보수대연합을 다시 추진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다. 또 대선에서 패하더라도 당권만 유지할 수 있다면 이를 「밑천」으로 대선 이후 정국구도에서 일정한 입지확보를 도모하겠다는 의도도 깔려 있는 듯하다. 대선이 끝나면 어차피 정치권의 지각변동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그때 내각제개헌 논의 등에 편승, 「권부(權府) 재진입」을 노린다는 얘기다. 이한동(李漢東)고문 쪽으로 결론이 난 후임대표 인선과정에서 드러난 내부 갈등과 치열한 신경전도 기실 이같은 「동상이몽(同床異夢)」에서 파생된 결과다. 한가지 이러한 당권장악경쟁이 다분히 정권재창출의 실패를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상당수 당 관계자들도 이같은 해석에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게 신한국당의 현주소다. 〈최영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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