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대연합,신한국 『內戰 불씨』…주류-비주류 갈등 확산

  • 입력 1997년 9월 21일 20시 28분


신한국당 이회창(李會昌)대표진영을 중심으로 추진중인 「보수대연합」움직임이 당내 주류―비주류간 갈등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이대표진영은 보수대연합을 통해 침체의 늪에 빠진 여권의 진용을 재정비, 정국반전의 기회를 노리고 있는데 대해 비주류측은 이를 「보수회귀」로 규정,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대표는 21일 차기정부에서의 권력구조개편문제와 관련, 『국민 대통합을 위해서는 열린 마음으로 모든 것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혀 내각제개헌을 고리로 한 보수대연합의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했다. 이는 이대표의 낮은 지지율이 장기화하고 있는데다 이인제(李仁濟)전경기지사의 독자출마로 정권재창출에 「빨간불」이 켜졌다고 판단, 상황타개책으로 나온 전략이다. 이와 관련, 당내 김윤환(金潤煥) 이한동(李漢東)고문 등 민정계 중진들이 공개적으로 보수대연합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으며 김명윤(金命潤)고문 등 일부 민주계 중진사이에서도 이같은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특히 김고문은 20일 오전 민자당 최고위원을 지낸 박태준(朴泰俊)의원을 만나 연대의사를 타진했다. 이대표측은 보수대연합의 관건이 자민련 김종필(金鍾泌)총재와의 연대에 달려있다고 보고 김총재와 가까운 당내 중진의원들을 통해 물밑접촉을 벌이고 있다. 동시에 현 당헌당규상 명문화돼 있는 「대통령중심제」조항을 삭제함으로써 자민련과의 연대 등 모든 가능성에 문호를 열어놓을 방침이다. 이같은 움직임에 당내 민주계를 중심으로 한 비주류세력과 개혁지향적인 초선의원들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보수대연합구상이 이대표의 취약한 본선경쟁력을 스스로 자인(自認)하는 것으로 이대표의 참신한 개혁적 이미지를 내던지는 자포자기적 발상이라는 주장이다. 이와함께 실제로 김종필총재 등 구여권인사를 끌어들이더라도 과연 얼마나 득표력에 도움이 될 것인지는 의문이라는 것이 이들의 일반적 시각이다. 민주계중진인 서석재(徐錫宰) 서청원(徐淸源)의원 등은 『이대표진영의 보수회귀 움직임이 가시화할 경우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경선이후 일찍부터 이대표를 지지했던 김덕룡(金德龍)의원도 보수대연합논의에 비판적인 견해를 보였으며 한동안 침묵을 지켜온 박찬종(朴燦鍾)고문도 『정도(正道)가 아니다』며 부정적인 뜻을 밝혔다. 특히 당내 개혁성향의 초재선의원들은 이번주 중 별도로 모임을 갖고 보수대연합논의를 강력히 비판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총재직 이양을 단행할 30일의 전당대회나 빠르면 전당대회안건을 의결할 이번주 당무회의에서 보수대연합을 둘러싼 당내 갈등이 폭발할 가능성이 더욱 커지게 됐다. 따라서 사태추이에 따라 신한국당은 후보교체론에 이어 보수대연합을 둘러싼 양측의 대립으로 새로운 내전(內戰)에 휩싸일 전망이다. 〈정연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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