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 민선서울시장에서 대선주자로 말을 갈아탄 민주당 趙淳(조순)총재는 우리나라의 암울한 정치현실이 대선출마를 결심하게 만들었다고 밝혔다.
지난 29일 시장집무실에서 만나본 그는 『요즘도 등산을 하면 40대의 후배들이 따라오지 못한다』며 연말까지의 대선장정에 자신감을 피력했다.
그러나 민감한 정치현안에 대해서는 내내 말을 아끼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지난 28일 동아일보와 KBS가 공동주최한 TV토론회에서 국민회의 金大中(김대중)총재는 기왕 나섰으니 선전하라고 하면서도 기회가 있으면 자신을 도와달라고 했는데….
『절대로 중도하차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내가 누구의 손을 들어준다고 해서 나를 지지하던 유권자가 다른 사람한테 가겠느냐』
―이미 여야 3당후보가 확정된 마당에 대선전에 뛰어들만한 이유가 있었나.
『지금의 정치는 국민의 변화욕구를 수용하지 못하고 정치하는 사람끼리의 게임으로 일관하고 있다. 돈이 들고 합종연횡을 하는 정치가 아닌, 국민이 바라는 것을 충족시켜주고 국민에게 희망과 미래에 대한 비전을 주는 정치를 하기위해 나왔다』
―결과적으로 야권을 분열시켜 정권교체를 방해했다는 비난을 받을 우려도 있는데….
『나는 야권을 분열시키지 않았다. 야권의 분열은 (김대중총재가)국민회의를 만들어 민주당에서 나갈 때부터 시작된 것이다』
―합종연횡을 하지 않겠다고 하면서도 과거를 불문하고 여든 야든 중립이든 포용하겠다고 하는 것은 무슨 뜻인가.
『세를 따라 이쪽저쪽 몰려가는게 합종연횡이다. 넓은 의미에서 전향적으로 우리와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과 손을 잡는 것은 합종연횡이 아니다』
―출마선언을 하며 「야권의 제3후보」는 아니라고 말한 적이 있다. 여야를 넘나드는 보수대연합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인가.
『보수대연합은 생각하고 있지 않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보수와 진보가 뚜렷이 구별되지도 않는다. 구식(舊式)의 정치냐, 신식(新式)의 정치냐가 중요하다』
―아무리 이상이 훌륭해도 현실정치에서는 세(勢)가 있어야 하는데 영입작업은 제대로 되고 있나.
『세가 는다는 것은 당원이 는다는 뜻으로도 볼 수 있고 우리가 추구하는 정치에 지지를 보내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아직은 후자의 경우가 많다』
―그들을 조직화할 수 있는 능력이 있나.
『옛날에는 돈이 들어갔다. 그러나 이젠 달라져야 한다. 우리의 동기와 정치철학이 알려지면 세가 불어날 것으로 확신한다. 자금은 십시일반(十匙一飯)으로 꼭 필요한 비용을 조달할 생각이다. 돈과 조직이 있다고 모두가 잘되는 것은 아니다. 필요성을 부인하지 않지만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그는 崔珏圭(최각규)강원지사와의 회동에 대해서는 『단지 병문안 간 것일 뿐』이라면서도 『그때 사진촬영을 거부한 것은 최지사가 사진을 찍을 수 없는 형편이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다른 명망가의 영입에 대해서는 『잘 되고 있다』고만 했다.
―현재 20%안팎의 지지를 받고 있는데 지지계층과 기반은 무엇이라고 보나.
『폭넓은 지지기반을 갖고 있다. 지역적으로 강원도가 특별히 높은 것 같지도 않고 전국적으로 고른 지지를 받고 있다』
―시정을 중도하차하는 데 대한 책임감은 느끼나.
『(그는 장황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외국의 경우 수도나 대도시의 자치단체장은 그 직을 갖고 대선을 치른다. 파리시장인 시라크대통령이나 아칸소주지사였던 클린턴대통령도 당선하고 나서 사임했다. 물론 시민들에게 매우 송구스럽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시정보다 국가의 진로다』
―일부에서는 조총재가 시장으로 재직하며 별로 한 일이 없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는데….
『무난하게 해왔다고 생각한다. 시정운영 3개년계획을 입안해 안전 교통 환경 복지 문화 주택 국제화 등 7개 중점분야에 많은 애정을 기울였고 누구도 부인할 수 없도록 합리적으로 예산을 집행했다고 자부한다』
―경제대통령을 표방했는데 집권하면 경제회생에 자신이 있나.
『일찍부터 오늘과 같은 날이 올 것을 예상했다. 인플레를 너무 가볍게 생각해 결과적으로 거품경제를 만들었다. 힘들긴 하겠지만 집권하면 병든 경제를 치유할 자신이 있다』
그는 대선후보로 공식 선출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번 동아일보와 KBS의 TV토론회에 참여하지 못하게 된 것을 아쉬워했다.
그는 그러면서 『영국의 리카도나 존 스튜어트 밀 같은 지식인이 바로 국회의원이 됐듯이 식견과 경륜과 비전을 가진 사람이 쉽게 정치판에 들어와 국민에게 봉사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용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