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프리미엄-사퇴공방 분석]『대표가 대체 뭐길래…』

  • 입력 1997년 6월 27일 19시 41분


신한국당의 대표직사퇴논란의 발단은 지난 2월말 李洪九(이홍구)전대표의 경질이 예고되면서 싹텄다. 李漢東(이한동)고문의 대표기용이 유력시되면서 공정한 경선관리를 위한 「대선예비주자의 대표 부적격론」이 제기됐다. 여기에는 이대표 진영도 가세, 나중에 「반(反)이대표」진영에 발목이 잡히는 화근이 됐다. 李會昌(이회창)대표 취임 직후만 해도 이한동 朴燦鍾(박찬종)고문 정도가 목소리를 높이는 정도였다. 그러다가 대표직사퇴논란에 본격적으로 불을 붙인 것은 이대표 취임후 이대표의 여론조사지지율이 급등하면서 고개를 든 「대표프리미엄론」이었다. 대표가 되면 상당한 프리미엄이 따른다는 게 당내의 중론이다. 기본적으로 월 3천만원의 판공비사용, 자기 사람을 당직자로 앉히거나 지구당위원장과 대의원접촉기회 증대, 각종 공식행사를 통한 지명도 높이기, 대외이미지고양 등. 이런 프리미엄은 결국 지지도를 높이는 데 결정적인 기능을 한다. 역대 여당대표들의 여론조사지지율 변화가 이를 뒷받침한다. 지난 95년 金潤煥(김윤환)고문이 대표였을 때 한 여론조사에서 여권의 대선예비주자 중 김고문만이 유일하게 야권의 양김(金)씨를 누르고 승리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난 게 단적인 사례다. 이홍구고문도 대표였을 때엔 여론조사지지율이나 대의원지지율에서 3위권을 유지했으나 대표직에서 물러나자마자 지지율이 급락했다. 결국 김고문과 이고문은 차례로 경선출마를 포기했다. 여론조사전문가들은 「대표프리미엄」을 7% 안팎의 지지율상승으로 평가하고 있다. 경선국면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치다. 지난 3일 정치발전협의회(정발협) 결성을 전후해서는 「불공정 경선행위론」이초점으로 부각되면서 대표직사퇴논란은 신한국당을 일거에 소용돌이로 몰아넣었다. 그와 함께 이대표 진영과 「반이대표」 진영사이에 메우기 어려운 감정의 골이 패었다. 「반이대표」 진영을 자극한 것은 이대표가 대규모 특보단을 구성하는 등 무차별적으로 세몰이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었다. 정발협이 선봉에 나선 것은 이대표의 독주로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이 무력화되고 있으며 이대표 집권시 민주계가 고사(枯死)할지 모른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대표 진영도 할 말이 많다. 작년 4.11총선 때 신한국당이 기대이상으로 선전한 것이나 노동관계법파동과 한보사태 「金賢哲(김현철)씨 비자금」사건 등으로 인한 여권의 총체적 위기상황에서 이 정도 버틴 것은 이대표의 공이 큰데도 이제 와서 「팽(烹)」하려는 데 대한 불만이다. 이처럼 대표직사퇴논란은 당사자의 범위가 확산되면서 보다 뜨거운 이슈에 의해 갈수록 가열돼 왔다. 그 와중에서 이대표 진영과 「반 이대표」 진영은 서로간에 많은 상처를 입혔다. 그러나 이대표가 사퇴한다고 해서 당장 치유될 상처도 아니라는 점에 문제가 있다. 벌써부터 「반이대표」 진영 일각에서 『이미 경선의 공정성이 심각할 정도로 훼손된 마당에 대표직사퇴시기는 별 의미가 없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전당대회 연기론도 그 일환이다. 〈임채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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