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가 남긴것]「떡값」의 법적 성격

  • 입력 1997년 5월 28일 20시 16분


「떡값」은 최근들어 법조 실무계에서 가장 빈번하게 화제에 오르는 용어가 됐다. 그러나 그 어떤 법전이나 법률용어사전에도 떡값이란 말은 나오지 않는다. 柳宣榮(유선영)변호사는 『떡값을 없애려면 떡값이라는 정체불명의 용어 자체부터 없애야 한다』고 주장한다. 유변호사는 『한국에서만 통용되는 떡값이나 촌지 상납 기름칠 보험금 성의표시 등의 본질은 뇌물이다. 뇌물을 주고 받는 사람이 뇌물이라는 불법적 개념을 합리화하기 위해 떡값이라는 용어로 위장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서울지검의 K검사는 『구체적인 청탁관계나 대가성이 없는 정치자금 등을 떡값이라고 부르는데 이런 의미의 떡값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기업인과 정치인 또는 공무원이 청탁이나 대가관계가 없이 돈을 주고 받는 일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C검사도 비슷한 지적을 했다. 그는 『떡값이라는 말은 「합법적인 불법자금」이라는 말인데 이것은 마치 「뜨거운 얼음」처럼 모순된 말이다. 합법적인 정치자금은 말 그대로 정치자금으로 정의하고 뇌물성이 있는 자금은 모두 뇌물로 보아야 뇌물문제가 해결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뇌물중에서도 액수가 미미하거나 청탁관계가 약한 것이 있을 수 있는데 그것은 처벌가치가 없는, 다시 말해 가벌적(可罰的)위법성이 없는 것으로 처리하면 된다』고 말했다. 趙永晃(조영황)변호사는 『검은 돈을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그리고 돈을 주고 받는 것을 수사하고 재판하는 사람들이 모두 떡값이라는 개념을 지워버려야 한다. 뇌물을 주고 뇌물을 받으며, 뇌물을 수사하고 재판한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변호사는 『떡값이라는 말이 없어져야 떡값이 없어진다』고 강조했다. 〈이수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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