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北지원규모 대립은 『남북「기준」차 때문』

  • 입력 1997년 5월 11일 20시 09분


남북한이 남북적십자 대표접촉 재개를 앞두고 대북(對北)식량지원규모를 둘러싸고 의견대립을 보이고 있다. 지원규모를 둘러싼 남북간 의견대립의 쟁점은 대북지원규모의 「기준」이 무엇이냐는 것. 북측은 지난 10일 북적 중앙위 대변인 명의의 담화를 통해 『우리는 남조선이 수해를 입었을 때(84년9월) 5만섬의 쌀과 10만t의 시멘트 등 구호물자에 대해 구체적인 품목과 수량 전달시기를 명백히 제시하고 짧은 시일안에 아무런 부대조건없이 남측에 넘겨줬다』고 주장했다. 북한측이 이 담화에서 지난 84년 대남수재물자지원사례를 직접 거론한 것은 우리측에 『이번에 남측이 지원할 식량규모가 지난 84년 당시 대남수재물자지원량(1천2백68만달러상당)에 근접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정부당국은 보고 있다. 그러나 정부당국은 『84년 당시 상황을 지금 기계적으로 대입시키면 곤란하다』는 반론을 펴고 있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북측이 84년 수재물자를 전달한 것은 사실상 당국차원의 지원으로 편의상 적십자채널을 빌린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일본이 지난 95년 북측에 보낸 쌀 50만t 중 적십자채널을 통해 25만t을 무상으로 지원한 것도 사실상 당국차원의 지원이었다는 설명이다. 결국 북측의 이같은 주장은 「당국자 배제」전략을 관철, 대외정책의 원칙을 건드리지 않는 동시에 내심 당국차원의 식량지원을 촉구하는 정치적 의도가 깔려있다는 게 정부당국의 분석이다. 이와 관련, 정부는 현재 진행중인 남북적 접촉은 순수한 민간차원의 대북지원을 논의하는 자리인 만큼 북측의 이같은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민간단체의 기탁을 받아 이를 전달하는 한적의 현 전달체제로서는 정확한 지원규모를 산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북측이 바라는 당국차원의 식량지원은 오로지 4자회담의 틀을 통해서만 이뤄질 것이라는 게 정부당국자의 설명이다. 따라서 정부는 민간단체의 대략적인 지원계획을 토대로 추산한 지원규모를 북측에 제시하는 방안 등 남북적 대표접촉성사를 위한 다양한 해법을 모색 중이다. 〈정연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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