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중립」 대선주자 촉각]민주계는 어디로…

  • 입력 1997년 4월 29일 19시 52분


신한국당의 대통령후보 경선과정에서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의 중립(中立)은 이미 당내에서 「당위(當爲)」로 여겨져 왔다. 김대통령 스스로가 지난 2월25일 『투명하고 민주적이며 공정한 경선』을 약속하고 『당원들의 결정을 전적으로 존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대통령이 경선과정에서 엄정중립을 지킬 것』이라는 朴寬用(박관용)사무총장의 28일 발언은 김대통령의 발언을 다시한번 확인하는 의미가 있다. 박총장은 4월 들어 세차례나 김대통령과 만나 정국현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져 박총장의 발언은 김대통령의 뜻을 전달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김대통령의 경선중립은 불가피한 현실을 받아들인 측면이 있다. 우선 김대통령의 당장악력이 현저히 약화, 경선과정에서 「김심(金心·김대통령의 의중)」이 개입할 여지가 거의 없고 「김심」이 작용할 경우 오히려 부작용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또한 대선주자들이 난립한 신한국당의 정권재창출을 위한 당면과제는 「보기 좋은 경선」을 통해 주자들의 이탈을 최대한 막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누구나 승복할 수 있는 경선이 되려면 「김심」의 배제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신한국당의 각 대선주자 진영은 김대통령의 경선중립에 대해 일단 공식적으로는 환영일색이면서도 내심 이해득실을 따져보기 위해 「김심 방정식」을 푸는데 골몰하고 있다.「김심 방정식」의 최대변수는 역시 김대통령 직계이자 당내 최대계파인 민주계의 향배다. 「김심」은 민주계 결속의 구심점이기도 하지만 민주계의 독자행보를 제약하는 족쇄도 돼왔다는 점에서 김대통령의 경선중립은 신한국당의 대선구도를 한층 복잡하게 하고 있다. 만일 「김심」의 부재로 구심점을 잃은 민주계가 각개약진을 하게 된다면 기선을 잡은 李會昌(이회창)대표의 대세론에 갈수록 힘이 붙게 될 것이다. 민주계가 하나로 똘똘 뭉쳐 반대세력을 형성하지만 않는다면 승산이 있다는 게 이대표진영의 생각이다. 반대로 그동안 민주계가 「반(反)이회창정서」 표출을 자제해온 것도 보스인 김대통령을 의식한 것이었다. 즉 이대표체제마저 허물어질 경우 김대통령이 임기마무리마저 제대로 할 수 없을 것이라는 판단에 근거한 것이었다. 「김심」의 부재, 즉 김대통령의 경선중립으로 이같은 속박에서 풀려난 민주계가 「반이회창정서」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면서 결속노력을 가속화할 경우 이대표로서도 무척 버거운 도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민주계의 대안으로 부상할 것을 간절히 바라고 있는 다른 주자들이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어떤 경우든 신한국당내 대선주자들의 경쟁은 한층 가열될 것이다. 이제 「하늘에서 감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것은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그와 함께 전당대회시기와 경선관련 당헌당규개정 등을 둘러싼 대선주자들간의 신경전도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김심」의 무형적인 영향력 행사 가능성까지 완전히 사라졌다고 속단하기는 이르다는데 있다. 김대통령이 직접적인 의사표시는 하지 않더라도 민주계 주류는 김대통령의 「의중」을 헤아려 행동의 지표로 삼으려 할 가능성이 크다. 〈임채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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