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北유화조치 마련 의미]4자회담 「당근 작전」

  • 입력 1997년 3월 31일 08시 05분


정부가 민간차원의 대북(對北)쌀지원을 전격적으로 허용키로 하는 등 포괄적 대북유화조치를 취하기로 한 것은 대북정책 기조의 변화를 예고하는 신호로 볼수 있다. 정부는 그동안 민간의 대북지원 품목을 계속 늘려오면서도 쌀과 현금에 대해서는 군량미전용 가능성과 외화반출 문제 등을 이유로 강력히 막아왔다. 그렇다면 정부가 기존입장에 상당한 수정을 가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한 당국자는 『최근 국제사회에서 정부가 같은 민족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막고 있다는 비난이 높아지고 있다』며 『이같은 국가이미지 실추를 막기 위해 민간의 쌀지원을 허용키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제여론을 의식, 「인도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정부의 쌀지원 허용을 국제여론에 떼밀린 수동적 조치로 보는 이들은 많지 않다. 그보다는 오히려 4자회담 성사를 위한 「분위기 조성용」이라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북한은 4자회담이 제의된후 거의 1년만인 지난 5일 4자회담 공동설명회에 나왔고 지난 26일에는 남북한과 미국의 뉴욕 3자실무접촉에 다시 응했다. 더욱이 이 자리에서 북한은 한국에 식량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북한의 이같은 일련의 태도를 긍정적인 것으로 평가하고 북한을 4자회담으로 끌어내기 위한 단계적 조치의 일환으로 쌀지원을 허용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정부는 이와 함께 이번 조치를 통해 남북관계의 호전과 남북 직접접촉의 확대를 기대하는 듯하다. 국제적십자사를 거치지 않고 대한적십자사가 북한적십자회에 직접 식량을 지원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키로 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아무튼 정부는 이번 조치로 대북식량지원의 「세가지 지렛대」인 △정부의 직접식량지원 △국제기구를 통한 정부의 간접지원 △민간차원의 지원중 두가지를 쓴 셈이 됐다. 정부는 지난달 20일 세계식량계획(WFP)을 통한 6백만달러의 간접지원 계획을 발표했고 내달 유엔인도지원국(UNDHA)의 대북지원에도 동참키로 한데 이어 민간의 쌀지원도 푼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직접식량지원이라는 「마지막 지렛대」는 아끼기로 했다. 북한이 4자회담에 나와야만 직접식량지원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에 전혀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북한당국이 직접 한국정부에 식량지원을 요청할 경우 그리고 정부가 4자회담 성사에 크게 집착할 경우에는 달라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문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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