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내각의 과제]『레임덕 줄여 깔끔한 마무리』 특명

  • 입력 1997년 3월 4일 19시 39분


[이동관기자]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은 이번에 高建(고건)명지대총장을 총리로 지명하면서 과거와는 확연히 다른 면모를 보였다. 김대통령은 취임이후 단행한 크고 작은 인사에서 거의 예외없이 누구도 예상하기 힘든 「깜짝쇼」식 스타일을 과시했다. 그러나 이번은 달랐다. 이미 며칠전부터 마음에 둔 고총장을 여론의 도마에 올려놓는 사전 검증절차를 밟았다. 또 고총리지명자가 국회 임명동의를 받은 후 내각인선 절차를 거침으로써 헌법상 규정된 총리의 제청권도 충분히 존중하겠다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말하자면 김대통령의 국정운영기조가 종전의 「스타일 정치」 「유별난 정치」에서 「평상(平常)정치」 「안정기조의 정치」로 바뀌고 있다는 뜻이다. 김대통령이 난국수습의 중임을 맡긴 고총리의 인물됨에서도 이같은 뜻을 읽을 수 있다. 대통령 측근들의 얘기도 맥을 함께 한다. 한 측근은 『김대통령은 당초 예정에 없었던 3.1절 기념식에 참석한 것을 계기로 한보사태 등으로 인한 참담한 심기에서 벗어나 의욕과 활기를 되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 측근은 또 『얼마전 김대통령이 「노동법 개정 때 무언가에 홀렸던 것 같다」는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같은 김대통령의 국정운영기조를 감안하면 새 내각의 성격도 대체로 짐작이 간다. 차분하고 꼼꼼한 솜씨로 맡은 일을 빈틈없이 챙기는 고총리 발탁에서도 볼 수 있듯 총론적으로는 임기 마무리를 위한 「실무형」 「수습형」 「전문가형」의 인물들을 기용하리라는 게 여권내 지배적 전망이다. 다만 각론적으로는 「경제살리기」에 중심을 둘 것은 분명하다. 청와대 관계자들도 대부분 『새 내각의 우선적인 과제는 경제회복을 통한 국정활력의 되살리기다. 이번 개각에서 실무경험자를 대거 기용하면서 경제각료 팀을 집중적으로 수술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또한가지 김대통령이 새 내각을 인선하면서 배려해야 할 대목이 레임덕 현상을 가능한 한 방지하고 주도적으로 차기정권을 창출, 순조로운 정권이양을 해야한다는 과제다. 이를 위해서는 정치적 상황변화에 따라 동요를 보일만한 인물은 철저한 내부 검토을 거쳐 배제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가지 새 내각이 실제로 일할 수 있는 기간이 매우 짧다는 점도 김대통령의 인선에서 중요한 고려 요인이 아닐 수 없다. 사실상 대선 분위기가 본격화 될 오는 9월경이면 내각의 기능이 현저히 약화될 수밖에 없고 따라서 새 내각은 더욱더 일을 벌리기 보다는 마무리하는 성격을 띨 수밖에 없다는 데 청와대 관계자들도 별 이의가 없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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