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정국]김대중총재,사태수습 「조건부 협력」강조

  • 입력 1997년 2월 4일 20시 34분


[최영묵 기자] 金大中(김대중)국민회의총재가 4일 한보 관련 기자간담회를 가진 속뜻은 다소 복잡해 보인다. 김총재의 의도는 우선 金泳三(김영삼)대통령에 대해 강온 양면의 메시지를 던진데서 상당부분 드러난다. 김총재는 간담회에서 한보사태에 대한 김대통령의 정치적 행정적 도덕적 책임을 추궁하면서 청문회를 통한 진상규명을 강조하는 등 여전히 강도높은 공세를 펼쳤다. 즉 지난달 25일 청주에서 『김대통령에게 책임이 있다. 필요할 경우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포문을 연 이후 줄곧 유지해온 강공(强攻)기조가 크게 달라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김총재는 이날 간담회에서 『현재의 난국을 여야협력을 통해 수습해 나가자』는 대목을 유난히 강조해 관심을 끌었다. 김총재는 김대통령에게 거국내각구성 등을 요구하면서도 내용적으로는 △노동관계법 협상착수 △초당협력을 통한 경제회생 △책임의 공유 등 「공존(共存)」쪽에 상당한 무게를 실었다. 김총재가 단순한 정치공세보다는 「조건부 협력의사」에 더 관심을 기울였다는 점은 다른 수사(修辭)에서도 잘 나타난다. 그는 간담회 도중 『국가와 국민을 위해 김대통령의 실패를 바라지 않는다』 『30년 넘은 우정과 민주화투쟁사를 생각해서라도 좋은 결실을 보고 물러나기를 바란다』는 말을 여러차례 되풀이했다. 물론 이같은 유화제스처의 배경에는 어려움에 처한 김대통령에게 남은 임기 동안의 협력과 퇴임후의 「보장」을 약속하면서 대선 불개입 등 「반대급부」를 요구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그러나 그보다는 총체적 불안감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대여(對與)강공으로만 일관하는 것이 국민적 정서에 맞지 않는다는 내부 판단을 수용한 결과인 듯하다. 김대통령이 현재 수세(守勢)에 몰렸다해서 계속 밀어붙일 경우 오히려 반작용을 부를 수 있다는 당내 판단도 감안한 것 같다. 한 고위당직자는 『사태수습의지를 분명히 함으로써 정권대체세력으로서의 이미지를 부각시키려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여권이 간담회 내용에 대해 한층 격렬한 비난을 퍼붓고나서 김총재의 당초 기대가 얼마나 충족될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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