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 재정팀 핵심 예차장 인터뷰]부도뒤에 정치음모 있다

  • 입력 1997년 2월 1일 08시 33분


[청도〓林奎振 기자] 한보그룹 자금을 총괄한 핵심인물 3인중 한사람으로 현재 잠적중인 그룹재정본부 예병석차장(37)이 31일 밤 경북 청도에서 본사기자와 만나 그간의 사정을 털어놓았다.

예차장은 『이미 지난해 봄부터 한보철강은 심각한 자금난을 겪어왔으며 재정팀은 하루하루 어음막느라 영일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권 로비의혹과 관련, 『한보의 스타일상 전적으로 鄭泰守(정태수)총회장만이 알 수 있는 사안이며 실무진은 전혀 알 길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룹의 자금관련 각종 문서의 폐기와 관련, 예차장은 『담당부장인 徐聖河(서성하)부장의 지시로 이뤄졌다』면서 『그럼에도 많은 중요문서가 아직 그대로 남아있다』고 말했다.

예차장은 『한보부도사건은 고도의 정치적 음모가 개입되어 있다고 보며 부도처리도 정치논리에 의해 이뤄진 것』이라고 말하고 『한보철강을 부도내려면 지난해 봄에 이미 처리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잠적한 이유가 무엇인가.

『오해의 소지가 있지만 워낙 기진맥진한 상황이었다. 부도가 막상 나자 허탈한 마음을 극복할 길이 없었다. 사표를 던지고 그만둔다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지금 심신이 극도로 피로한 상황이다. 서부장한테 말을 하려고 했지만 그가 없어서 말도 못했다』

―당신이 잠적하는 바람에 한보의 의혹이 더욱 커졌는데….

『지난해 봄부터 자금난에 몰리면서 하루하루가 피를 말렸다. 잠을 제대로 자 본적도 없다. 내가 전적인 책임을 질 위치는 아니지만 어찌됐든 사회에 물의를 일으킨 점이 죄송스러웠다』

―재무본부의 자금팀인 김대성상무와 서부장은 왜 싱가포르로 갔는가.

『솔직히 그들이 외국으로 도피할 줄은 몰랐다. 나도 그룹본부에 해외도피를 문의했지만 국내에서 잠적하라는 지시를 받고 경북 청도에 은신하게 됐다』

―막판에 한보가 부도에 몰린 이유는….

『대규모 사업을 추진하다보니 초창기부터 자금조달에 어려움이 많았다. 자금수급이 계획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더구나 김상무와 서부장, 나를 제외한 나머지 자금담당자들이 수시로 교체되면서 체계적인 대응이 어려웠다』

―자금 관련 문서는 왜 폐기했는가.

『부도가 난뒤 서부장 주재로 회의를 가졌다. 서부장은 일단 의심을 살만한 서류는 모두 정리하라고 지시했다. 특히 불필요한 오해를 살만한 서류를 폐기처분하라고 했다. 하지만 그룹에서 조직적으로 폐기처분했다고 말하긴 어렵다. 중요한 서류는 여전히 많이 남아 있다』

―부도위기를 느낀 시점은 언제인가.

『지난해 봄부터였다. 겉에서 보기엔 설비자금이 여유있게 돌아가는 듯했지만 지난해초부터 이미 자금결제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특히 하반기들어 하루 하루를 보내기가 힘들만큼 어려웠다. 마치 초읽기하는 것 같았다』

―은행대출금을 계열사인수나 로비자금으로 유용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고 있는데….

『그 부분에 대해선 전혀 모른다. 정총회장 스타일이 로비를 한다면 직접 하기 때문에 우리같은 실무진들은 알 길이 없다. 김종국 전재정본부장은 일부 심부름을 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하지만 지난해초부터 자금사정이 워낙 좋지 않아 돈을 빼돌리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한보철강이 왜 부도가 났다고 보는가.

『업종이 소재산업이다 보니 무리한 자금투자가 원인이 아닌가 한다. 결과론적으로 힘에 부친것 같다. 힘에 부친 일을 추진하다가 부작용이 났지만…』

―한보부도과정에 정치적 외압이 작용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는데….

『한보철강의 부도는 지난해초에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공장완공을 앞둔 시점에서 부도를 낸 이유는 정치논리 아니겠는가. 우리가 알길은 없지만 정총회장은 상당부분 알고 있을 것이다. 한보부도는 경제논리가 아닌 정치논리에 의해 이뤄졌다고 보면 된다. 후일 밝혀지겠지만 이번 사건은 한보그룹이 희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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