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디로 가야하나/탈북자들 정부 수용대책]

  • 입력 1996년 12월 29일 20시 56분


「文 哲기자」 정부의 탈북자 대책은 몇가지 단계로 나뉘어 있다. 귀순희망 탈북자의 숫자나 북한체제의 상태 등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어느 것이건 정부의 대비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 평시대비책 현재 귀순자 수용시설로는 정보사령부의 군(軍)합동신문소가 유일하다. 귀순자는 이곳에서 4개월가량 머물며 신문과 조사를 받은 뒤 사회로 배출된다. 그러나 조사용 시설인 합동신문소는 편의시설이 거의 없고 수용능력도 30명정도다. 따라서 귀순자에 대한 사회적응교육은 손도 못대고 있다. 이런 대책미비에 따른 귀순자들의 사회부적응은 심각하다. 귀순자의 80%가량이 한국사회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있으며 40%정도는 월 1백만원이하의 수입으로 살고 있다. 귀순자의 상당수가 하층민 또는 빈곤층으로 흡수되고 있다. 이는 또다른 사회불안요소다. 그러나 내년말쯤부터는 사정이 조금 나아질 전망이다. 정기국회에서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됨에 따라 정부는 1백억원을 들여 내년부터 3년간 천안이북지역에 5백명정도를 수용할 수 있는 탈북자 보호시설을 지을 계획이다. 일단 내년에는 1백명 수용규모의 보호시설이 들어선다. 앞으로 귀순자들은 이 시설에서 1년동안 생활하며 취업준비 및 사회적응훈련을 받게 된다. 정부는 보호시설건립의 법적 근거가 마련됨에 따라 내년부터는 인도적인 차원에서 귀순희망 탈북자를 가급적 많이 받아들일 방침이다. 그러나 이런 대비책은 탈북귀순자수가 1년에 5백명을 넘지 않으리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한 당국자는 『5백명규모면 충분할 것으로 본다』면서 『만약 귀순자가 이보다 더 늘어난다면 보호시설을 추가로 건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대량난민사태 정부당국자들은 가까운 장래에 대량난민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한다. 북한정권이 존재하는 한 국경경비를 강화하고 이중 삼중의 주민감시체계를 가동, 대량탈북사태를 막을 것이라는 얘기다. 통일원 文武烘(문무홍)통일정책실장은 『수천 수만의 주민이 대량으로 탈출한다면 어느 정권이 온전하겠느냐』며 『그런 사태는 정권이 붕괴하는 마지막 순간에나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문실장은 『북한에서 그런 사태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지만 그럴 경우는 국가비상사태에 준하는 것으로 판단, 현행법체계보다는 정부가 마련해둔 일종의 비상대비책에 따라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 비상대비책 정부는 북한의 급변사태에 대비, 「평화계획」(안기부)과 「통합대비계획」(통일원) 등 비상대비책을 수립, 수시로 보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정부는 이를 종합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이들 계획의 일원화를 추진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소식통에 따르면 이들 계획은 「예방」과 「수용」의 두갈래 처방을 담고 있다. 우선 북한에서 비상사태가 발생할 조짐이 보이면 긴급대북지원 등을 통해 잠재적 탈북자들이 북한에 남아있도록 여건을 조성한다는 것이다. 이와 병행, 탈북자의 국내유입을 막기위해 휴전선과 해안선을 통제하는 방안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정부는 서울에 유엔 난민구제 고등판무관실(UNHCR)을 설치, 북한의 급변사태에 대비하자는 유엔의 제안을 긍정적으로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런 대비는 아직 시나리오수준에 머물러 있다. 일부 전문가는 대량난민사태가 북한정권의 붕괴 훨씬 이전에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에 정부는 좀더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 미리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정부와는 별도로 대한적십자사도 대량난민사태에 대한 나름의 대비책을 갖고 있다. 금년초 한적은 한강이북의 초중학교시설 2백70곳을 임시수용시설로 활용하고 그후 지역별로 분산하는 등의 대비책을 세워놓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한적은 대형천막 30여개와 한꺼번에 6백명에게 식사를 제공할 수 있는 배식차 10여대 등을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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