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몽당연필 쥐고 깨진 칠판 바라보는 아이들 눈빛 잊을 수 없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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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수 교사 등 해외파견 교원 347명 오늘 발대식

가뜩이나 서툰 영어인데 억양이 달라 여러 번 설명해야 할 때가 많았다. 하지만 학생들을 사랑하는 안태수 교사(가운데)의 마음은 
빨리 전달됐다. 지난해 교육부와 국립국제교육원의 ‘교원 해외파견 사업’을 통해 스와질란드 현지 고교에서 과학을 가르쳤던 안 교사는
 이번에는 브라질로 나갈 예정이다. 안태수 교사 제공
가뜩이나 서툰 영어인데 억양이 달라 여러 번 설명해야 할 때가 많았다. 하지만 학생들을 사랑하는 안태수 교사(가운데)의 마음은 빨리 전달됐다. 지난해 교육부와 국립국제교육원의 ‘교원 해외파견 사업’을 통해 스와질란드 현지 고교에서 과학을 가르쳤던 안 교사는 이번에는 브라질로 나갈 예정이다. 안태수 교사 제공
“대한민국을 대표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교육 봉사활동에 임하겠습니다.”

안태수 교사(28)는 5일 오전 11시 경기 성남 국립국제교육원에서 실시되는 ‘2016년 교원 해외파견 발대식’에서 해외파견 교사 347명을 대표해 이렇게 선서한다. 안 교사는 다른 교사들과 달리 이번이 두 번째 해외 파견이다. 지난해에는 아프리카의 스와질란드, 이번에는 브라질이다. 심지어 한 학기 동안 재직했던 학교도 그만뒀다. 여러 나라 아이들의 선생님이 되고 싶어서다.

2014년 8월 대학을 졸업한 안 교사는 한국 학교에 부임하는 대신 지난해 1월 스와질란드로 떠났다. 교육부와 국립국제교육원이 운영하는 ‘교원 해외 파견’ 사업에 지원한 것. 몸이 고생할 거라고 각오는 했지만 현지 학교생활은 힘들었다. 샤워기에서 물이 나오지 않아 바가지를 써야 했고, 그나마도 흙탕물이었다. 생필품을 사러 시내라도 나가려면 40분은 차를 타야 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행복한 기억이다. 물론 시작은 쉽지 않았다. 학생들은 과학을 어려워했다. 공부를 제대로 한 적도 없었다. 칠판이 깨져 쓸 수 있는 건 70%뿐이었다. 학생들이 제대로 이해했는지 확인하고 싶어 시험을 자주 보자 “아프리카에서는 이렇게 안 한다”는 투정과 불만이 쏟아졌다.

하지만 학생들은 점차 바뀌었다. “수업이 재미있다” “여기까지 와서 우리를 가르쳐줘 감사하다”며 웃었다.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고 학교를 그만두면서까지 안 교사가 또 해외로 파견을 나가려는 이유다.

2013년부터 시행된 교원 해외 파견 사업은 올해 더욱 확대됐다. 2013년 21명, 2014년과 2015년 각 20명만 파견했지만, 올해는 장기 파견만 140명에 처음으로 예비 교사들을 단기로 207명이나 보낸다. 세계교육포럼이나 고위급 회담 등을 계기로 개발도상국에서 “한국의 우수한 교사들을 파견해 달라” “한국의 교육발전 경험을 공유해 달라”는 요청이 쇄도한 덕분이다. 대상 국가도 지난해 카자흐스탄 에티오피아 우간다 등 8개국에서 올해는 네팔 중국 보츠와나 탄자니아 등 16개국으로 확대됐다. 파견 교사는 현지 정규학교에서 수학 과학 한국어 컴퓨터 등을 가르친다.

한 학교에 파견되는 한국 교사는 1∼3명이지만 한국의 위상이나 이미지를 완전히 바꾼다. 말레이시아 현지의 한 학교에서는 지난해 한국 파견 교사의 노력으로 한국어가 제2외국어 과정에 추가됐다. 2014년 우간다에서는 파견 교사의 지도를 받은 학생이 ‘우간다 전국 중등학교 과학경진대회’에서 수학 부문 1위를 차지했다.

2014년 8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케냐로 파견 갔던 황가원 교사(48·여)는 수학 평균이 28점인 8학년 학급 담임을 맡아 80점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수학은 게임처럼 즐거운 것”이라며 참여 위주 수업을 한 덕분이었다. 황 교사는 직접 만들어 간 골든벨 판 50개를 학생들에게 나눠주고 문제 정답을 쓰면 손을 들라고 했다. 연필 한 자루, 지우개 하나가 귀한 아이들은 자기만의 학용품에 매우 즐거워했다.

직각을 배울 때는 색종이를 90도로 접고 교실을 돌아다니며 같은 각도를 찾아보게 했다. 교사의 설명 위주 수업만 듣던 학생들은 아리랑을 줄줄 외우고 “한국으로 유학가고 싶다”고 할 정도였다. 황 교사는 “‘나는 너희들에게서 케냐의 미래를 본다. 너희는 발전 가능성이 있다’고 말해줄 때마다 반짝이던 아이들의 눈빛을 잊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안태수#교원#해외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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