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낙인 총장이 주례… 교수합창단이 축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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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터민 7쌍 8월 서울대서 합동결혼식

새터민 A 씨(53·여)는 30년 전 북한에서 스물셋 꽃다운 나이에 결혼했지만 여태 결혼식을 올리지 못했다. 중매로 만나 빠듯한 살림을 이어 가는 것조차 버거웠기 때문이다. A 씨 부부에게 단 한 가지 소망이 있었다면 하나 낳은 자식만큼은 매일 입에 풀칠할 걱정에 시달렸던 자신들과 달리 자유로운 세상에서 배고픔 없이 살았으면 하는 것이었다.

A 씨 부부는 아이의 미래를 위해 아이와 함께 탈북해 2006년 가까스로 한국에 들어왔다. 10년 동안 한국 사회에 잘 정착하는 것만 생각했다. 하지만 여전히 A 씨 마음 한쪽에는 30년 전 올리지 못한 결혼식에 대한 아쉬움이 자리 잡고 있었다.

올해로 개교 70주년을 맞는 서울대는 A 씨 부부처럼 형편상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 새터민 부부들을 위한 합동 결혼식을 다음 달 6일 연다. 국립대에 주어진 사회적 책무를 다하겠다는 취지에서 마련했다.

이번 아이디어를 처음 낸 곳은 서울대의 교육 지원 시설인 호암교수회관이다. 호암교수회관은 이미 2011년부터 다문화가정 돌잔치를 열어 주는 등 사회공헌사업을 해 왔다. 최근 운영위원회에서 새터민을 위한 사회공헌을 고민하던 차에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 새터민이 많다는 사연을 듣고 새터민을 돕는 사단법인 물망초에 협조를 구했다. 이후 물망초를 통해 결혼식을 치를 부부를 추천받았고 개교 70주년에 맞춰 7쌍을 선발했다.

결혼식은 주례부터 피로연까지 서울대 교수와 교직원들이 일일이 챙긴다. 성낙인 총장(사진)은 주례 요청에 흔쾌히 응했고 2011년 제자들을 위해 만들어진 교수합창단도 축가를 부른다.

최만수 합창단장은 “교수 10여 명이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합창 연습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회봉사에 관심이 많은 양은식 장학복지과 행정관도 사회를 자처했다. 아이디어를 낸 호암교수회관은 예식장 지원은 물론 드레스, 메이크업, 피로연 등까지 제공한다.

서울대 관계자는 “식을 올리게 된 부부들을 만나 보니 북한에서도 올리지 못한 결혼식을 뒤늦게 올리게 돼 매우 기뻐한다”라고 전했다. 성 총장은 “새터민 가정에 따뜻한 격려와 위로가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차길호 기자 kilo@donga.com
#새터민#합동결혼식#성낙인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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