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준 선수단장 “장애인 롤 모델인 패럴림픽 선수에도 관심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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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준 리우 패럴림픽 선수단장

“패럴림픽에 나가는 선수들은 장애인들의 롤 모델입니다. 많은 장애인에게 더 큰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도록 남은 50일 동안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습니다.”

9월 8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는 ‘또 하나의 올림픽’인 패럴림픽이 열린다. 올림픽만큼 주목을 받지는 못해도 장애인 체육 선수들은 이날을 기다리며 4년 동안 땀을 흘려 왔다. 정재준 패럴림픽 선수단장(55·사진)은 “2012년 런던 대회에서 12위를 했다. 10위 안에 들면 좋겠지만 12위를 유지하는 게 현실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정 단장은 스포츠와도, 장애인과도 인연이 없던 과학자였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 몸담았다 1984년 영국으로 유학을 떠난 정 단장은 글래스고대에서 이학박사 학위를 딴 뒤 로웨트 연구소, 케임브리지대 생명공학연구소 등에서 일했다. 20여 건의 특허를 출원했고, 50여 건의 신약 개발 프로젝트에 참가했다. 2010년 ㈜아리바이오라는 기업을 만들면서 귀국한 그는 2014년 인천 장애인 아시아경기를 계기로 장애인 체육과 인연을 맺었다. 대한장애인체육회 김성일 회장은 “당시 생수를 후원하기로 했던 기업이 갑자기 약속을 뒤집었다. 정말 난감한 상황이었는데 이를 알게 된 정 단장이 기능성 생수 50만 병을 아무 조건 없이 보내줬다. 시가로 따지면 10억 원이 훨씬 넘는 통 큰 후원이었다”라고 말했다.

정 단장은 당시 몇 차례 시상자로 나서면서 국내 수영 선수들을 알게 됐다. 그는 “장애인은 선천적인 경우가 많다고 생각했는데 현장에서 만난 선수들은 대부분 후천적 장애인이라는 것을 알고 놀랐다. 장애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할 일이라는 것을 뒤늦게 깨달은 것”이라고 말했다.

정 단장은 지난해 10월 대한장애인수영연맹 회장을 맡으면서 본격적으로 장애인 체육에 발을 들여놓았고, ‘책임은 크고 알아주는 사람은 없는’ 패럴림픽 단장직도 흔쾌히 수락했다. 그가 ‘장애인 체육의 키다리 아저씨’로 통하는 이유다. 정 단장은 최근 경기 이천시에 있는 장애인훈련원을 찾아 패럴림픽을 준비하고 있는 선수들에게 랍스터를 사줬다. 선수들이 ‘별식’이 먹고 싶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정 단장은 “오랜 해외 생활을 통해 내 나름대로 구축한 네트워크가 있다. 리우에서 이를 총동원해 선수들이 마음 놓고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패럴림픽#정재준#선수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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