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법원, 아시아 허브로 육성… 지재권 등 500兆 분쟁시장 공략”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11일 03시 00분


코멘트

김환수 수석부장판사의 포부 “전문성-효율성, 中-日 에 앞서
특허소송 유치… 미래 먹거리로”

“독일의 뒤셀도르프 법원이나 미국의 텍사스 동부지법과 같이 한국의 특허법원이 아시아의 허브 법원이 될 겁니다.”

김환수 특허법원 수석부장판사(49·연수원 21기·사진)는 ‘아시아 허브 법원’에 대한 비전을 자신 있게 밝혔다. 1998년 아시아 최초의 전문 법원으로 문을 연 특허법원은 올해부터 ‘특허 소송 관할 집중’ 제도를 시행하는 등 지식재산권(IP) 분야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력해왔다. 한국의 특허 출원 건수는 5년 연속 세계 5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특허를 활용하고 보호하는 측면에서는 아직 뒤떨어져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김 수석부장판사는 8일 본보 기자와 만나 특허법원의 역할과 향후 발전에 대한 구상을 자세히 밝혔다.

김 수석부장판사는 특허 소송 관할 집중 제도 시행을 올해 특허법원의 가장 큰 변화로 꼽았다. 그간 특허 분쟁은 심판과 소송, 무효 절차와 침해 절차로 나뉘는 등 절차가 복잡했다. 특허 소송 관할 집중 제도가 도입되면서 특허 침해 소송(특허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 등을 청구하는 소송)의 1심은 전국 58개 지방법원 및 지원에서 5개 지방법원으로, 2심은 23개 법원에서 특허법원으로 집중해 다루게 됐다. 김 수석부장판사는 “특허법원이 기존에 해 오던 특허 무효 소송에 침해 소송까지 모두 담당하게 되면서 전문성을 바탕으로 분쟁을 쉽고 빠르게 해결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특허법원의 문턱도 대폭 낮추고 있다. 3월에는 특허 침해 소송 절차를 소개한 안내서를 만들어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특허 무효 소송 안내서도 현재 제작하고 있다. 일본식 용어를 쉬운 우리말 용어로 변경하는 용어 개선 사업과 판결문이 쉽게 읽히도록 판결문 구조를 개선하는 사업도 하고 있다.

특허법원의 목표는 ‘아시아의 허브 법원’으로 거듭나는 것. 지난해 대법원은 ‘지식재산권 허브 법원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특허법원에 힘을 실어줬다. 김 수석부장판사는 “한국은 세계 5위의 특허 기술 경쟁력과 2위의 법적 분쟁 해결 능력이 있어 허브 법원을 추진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며 “전문성과 공정성 면에선 중국보다, 국제성과 효율성 면에서는 일본보다 우위에 있다”고 말했다.

언어 문제는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특허법원은 외국어로 소송을 진행하는 국제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고 있으나 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처리되지 않아 발목이 잡혀 있다. 김 수석부장판사는 “한국 특허법원의 국제 위상이 높아지면 우리 특허 제도 및 특허권의 위상도 높아지고, 외국에서 진행되는 우리 기업의 특허 분쟁에도 도움이 된다”며 “500조 원에 이르는 국제 특허 분쟁 시장의 10%만 유치해도 우리나라의 미래 먹거리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일각에서 제기하는 “소송 장기화를 막고자 특허 무효 절차 중 특허심판원(특허청 산하 기관으로 특허 무효 등 심판 업무 담당)에만 증거를 제출하고 특허법원에 추가 제출하는 것을 제한하자”는 주장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김 수석부장판사는 “특허법원의 평균 사건 처리 기간은 5.9개월로 법원 단계에서의 증거 제출을 제한하고 있는 일본(8.7개월)보다 짧을 정도로 재판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며 “심판 단계에서 증거 제출을 안 하다가 소송에서 제출하는 경우가 극히 드문데, 일부에서 왜곡된 통계와 사례를 가지고 억지 주장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권오혁 hyuk@donga.com·허동준 기자
#김환수 수석부장판사#특허법원#특허소송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