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간 공동저자’ 아내에게 바치는 논문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7일 03시 00분


코멘트

면역세포 연구 류성호-도윤경 부부
부인 난소암으로 석달전 숨져 남편이 면역세포 연구 마무리
세계적 학술지 ‘셀 리포트’ 실려

故도윤경 UNIST 교수(왼쪽)와 남편인 류성호 순천향대 의생명연구원 교수. UNIST 제공
故도윤경 UNIST 교수(왼쪽)와 남편인 류성호 순천향대 의생명연구원 교수. UNIST 제공
올해 3월 난소암으로 44년 삶을 마감한 고 도윤경 UNIST 교수의 ‘마지막 논문’이 세계적인 생명과학 분야 학술지 ‘셀 리포트’ 6월 30일 자에 실렸다. 포스텍 생명과학부 91학번인 도 교수는 국비장학생으로 2003년 미국 버지니아대 의대로 유학을 가서 면역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고 랠프 스타인먼 미국 록펠러대 교수 연구실에서 박사 후 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던 2009년 UNIST 교수로 부임했다. 스타인먼 교수는 인체 면역 시스템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수지상세포를 발견한 공로로 2011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선정됐으나 수상하기 3일 전 췌장암으로 유명을 달리한 인물이다.

도 교수가 남긴 연구 성과 또한 수지상세포와 관계가 깊다. 연구팀은 수지상세포 중 한 종류(CD8 α-수지상세포)가 아직 분화되지 않은 다른 면역세포인 T세포를 ‘폴리큘라 헬퍼 T세포(Tfh세포)’로 분화시키는 과정을 세계 최초로 발견했다. Tfh세포의 존재는 면역학자들에게는 익히 알려져 있었지만 이 세포가 어떤 과정을 통해 생겨나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Tfh세포는 인체에 침입한 병원체를 기억해 같은 병원체가 다시 침입했을 때 효과적으로 대응하도록 하는 면역세포인 B세포 분화를 촉진한다.

공동 교신저자이자 도 교수의 남편인 류성호 순천향대 의생명연구원(SIMS)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백신을 개발할 수 없었던 병원체나 에이즈처럼 한 번 감염된 뒤에도 항체가 잘 생기지 않는 난치성 질병을 예방할 수 있는 백신 개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성과가 실린 논문이 완성된 건 1년 전이지만 심사 과정에 여러 차례 추가 실험 요구에 따라 지난달 30일에야 비로소 빛을 볼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도 교수는 올해 1월 이후 몸 상태가 급격히 나빠진 이후에도 연구를 계속했다. 또 방사선 치료를 받는 중에도 상태가 호전되면 꾸준히 실험실을 찾았다고 류 교수는 전했다.

조윤경 UNIST 생명학부장은 “도 교수를 그리워하는 이들이 UNIST에 많다”며 “도 교수가 면역학 연구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담당해온 만큼 아쉬움이 크다”고 밝혔다.

이우상 동아사이언스 기자 idol@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