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 1000마리 모이면 봉황 1마리… 모든 사람 품은 선지식”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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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산대종사 열반 50주기 추모행사… 범어사 주지 수불 스님

30일 범어사 주지 수불 스님이 동산 스님 부도 앞에서 주변의 대밭에 얽힌 일화를 소개하고 있다. 동산 스님은 대밭을 스치는 바람 소리를 들으며 깨
달음을 얻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부산=서영수 기자 kuki@donga.com
30일 범어사 주지 수불 스님이 동산 스님 부도 앞에서 주변의 대밭에 얽힌 일화를 소개하고 있다. 동산 스님은 대밭을 스치는 바람 소리를 들으며 깨 달음을 얻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부산=서영수 기자 kuki@donga.com
“동산 스님이 한 여러 불사(佛事·사업) 중 으뜸은 인재를 키우는 ‘인재불사’였습니다. 인재육성을 통해 불교계는 물론 사회와 국가에 보탬이 되도록 한 그 정신은 오늘날에도 큰 의미를 갖습니다.”

30일 부산 범어사에서 열린 ‘동산대종사 열반 50주기 추모행사’ 간담회에 참석한 주지 수불 스님(63)의 말이다.

동산 스님
동산 스님
동산 스님(1890∼1965)은 3·1운동 당시 민족대표 33인 중 한 명인 용성 스님을 은사로 출가한 뒤 대처와 비구 간 갈등 시기에 비구의 입장에서 불교정화운동을 주도했다. 1962년 출범한 조계종 이전 종단에서 3차례 종정을 지내며 불교 발전의 초석을 쌓았다. 특히 성철, 지효, 지유, 능가, 고산, 광덕, 정관, 무진장 스님 등 200명 이상의 제자를 배출해 한국 선불교 중흥의 뿌리를 내린 선지식(善知識·수행자들의 스승)이었다.

동산 스님의 증손 제자뻘인 수불 스님은 “1993년 성철 스님이 입적하기 전에 시자 한 명만 데리고 와서 스승 동산 스님 탑전에서 삼배를 올렸다”고 회고했다.

범어사는 열반 50주년 기일인 11일 추모다례제와 스님의 정신을 조명하는 문도 세미나를 개최한다. 3∼11일에는 기념 사진전도 연다.

동산 스님은 왕성한 인재불사와 함께 불자들과의 다양한 만남을 마다하지 않아 ‘설법제일(說法第一)’로도 불렸다. 간담회에 함께 참석한 범어사 승가대학장 용학 스님은 “동산 스님은 법문도 뛰어났지만 법을 청하는 곳이라면 장소를 가리지 않았고, 대가도 바라지 않았다”며 “설법제일이라는 말에서 부처의 법을 제대로 전해 근본을 바로 세우겠다는 스님의 정신을 엿볼 수 있다”고 했다.

수불 스님은 6·25전쟁 당시 동산 스님에 얽힌 일화도 전했다. “전쟁 당시 피란민들이 범어사를 계속 찾아오자 궁핍한 절집 살림에 힘들다는 소리가 나왔습니다. 하지만 스님은 어려워도 결코 사람들을 내치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 ‘닭이 1000마리가 모이면 그중에는 반드시 봉황이 있다’며 사람을 품고자 했습니다.”

동산 스님이 생전 강조한 ‘감인대(堪忍待·아무리 어렵고 힘들어도 견디어내고 참고 기다린다) 정신’도 소개됐다. 범어사 율학 승가대학원장 수진 스님은 “동산 스님은 삶을 ‘감인대의 무대’로 자주 비유하시곤 했는데 이는 수행자뿐 아니라 정치, 경제적으로 어려운 우리 사회가 함께 공감할 수 있는 말”이라고 말했다.

수불 스님은 최근 발생한 네팔 지진과 관련해 “부처님이 탄생한 네팔에서 큰 지진으로 고귀한 생명이 희생되고 많은 분들이 고통을 당하고 있어 안타깝다”며 “생전 고난을 함께 나눠온 동산 스님의 정신을 회고하며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부산=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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