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원리 ‘군신좌사’ 컴퓨터 분석해보니 딱 맞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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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합처방, 독성 줄이고 효과 높여”… 상엽 KAIST 교수팀 효능 입증
전통한약재서 신약개발 가능성

이상엽 교수
이상엽 교수
다양한 효과를 가진 한약재를 복합적으로 처방해 독성을 줄이고 효과를 높이는 한약 처방 원리 중 하나인 ‘군신좌사(君臣佐使)’가 현대의학적으로 효과가 있음이 확인됐다.

이상엽 KAIST 교수팀은 전통 한약에 포함된 다양한 성분이 효과적으로 조합될 경우 서로 상승효과를 일으켜 치료효과를 높인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11일 밝혔다.

한의학 처방에서 쓰이는 ‘군신좌사’란 여러 한약재의 역할을 임금(君)과 신하(臣佐使)에 빗댄 말로, 치료에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주 약재를 다른 약재들이 도와 효과가 잘 나타나도록 하고 독성을 줄여주는 처방을 말한다. 약재를 따로따로 썼을 때보다 이렇게 혼합해 썼을 때 효과가 커지는 것을 상승효과라 한다.

연구팀은 한약재에 포함된 화합물 중 구조가 밝혀진 1만여 개를 분석하고 인체 내에서 일어나는 대사작용을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재현한 결과 3, 4가지 약재가 섞인 화합물 14종이 서로 상승효과를 내 급성골수백혈병, 유방암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단피에서 유래한 물질인 ‘페오놀’은 단삼에서 추출한 ‘군’ 역할의 약재 효과를 배가해 심근을 보호하는 효과가 있으며, 주목나무에서 추출한 ‘택솔’은 ‘신’ 역할을 하는 다른 약재와 조합하면 유방암 치료 효과가 높아졌다.

제1저자인 김현욱 연구원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효과가 확인된 14종의 조합법은 전통 한약에서 사용되는 제조법”이라며 “여러 화합물의 상호보완 작용이 ‘군신좌사’와 유사하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전통적인 동양의학에서 쓰이는 약재 중 유효한 성분만 뽑아내기 위한 연구 중 나온 결과”라며 “하나의 약재가 하나의 효과만 갖는 서양 방식의 신약개발에서 벗어나 여러 종류의 약재를 혼합해 복합적인 효과를 내는 동양식 신약개발이 가능함을 보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구결과는 생명공학 분야 학술지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 3월호에 실렸다.

이우상 동아사이언스 기자 idol@donga.com
#한약#군신좌사#현대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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