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나라서 뿌리 내리고 싶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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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인 이주 150주년 맞아 20명 초청
“빅토르 안 경기력-정신력에 감동”

안나 기가이 씨(왼쪽)와 빅토르 최 씨가 28일 서울 남산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재외동포재단 제공
안나 기가이 씨(왼쪽)와 빅토르 최 씨가 28일 서울 남산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재외동포재단 제공
“이번 겨울올림픽 때 러시아로 귀화해 출전한 빅토르 안(안현수) 선수의 활약은 고려인 사회에 큰 감동을 줬어요. 고국을 떠나서도 높은 경기력과 정신력을 보여준 그의 모습에 타지에서 힘든 세월을 보낸 고려인들이 겹쳐 보였던 게 아니었을까요.”

한국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느냐고 묻자 대뜸 이런 대답이 나왔다. 검은 머리카락에 검은 눈동자를 가진 안나 기가이 씨(23·여)는 고려인 아버지와 아르메니아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고려인 5세다.

재외동포재단은 고려인 이주 150주년(조선인이 최초로 러시아 연해주에 이주한 1864년 기준)을 맞아 27일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우크라이나 등에서 사는 고려인 20명을 국내에 초청했다. 본보는 이 가운데 한국 땅을 처음 밟은 기가이 씨와 빅토르 최 씨(40)를 28일 서울 종로구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두 사람은 러시아 모스크바에 사는 고려인이라는 점 외에도 독립운동가의 후손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기가이 씨는 독립의병을 일으킨 허위 선생(1854∼1908)의 고손녀, 최 씨는 간도의 항일독립조직 ‘철혈광복단’에 참여한 최이붕 선생(1897∼1973)의 손자다.

독립운동가의 후손에 걸맞게 고국을 그리는 간절함도 강했다. 기가이 씨는 고조부인 허 선생부터 자신에 이르기까지의 계보도를 직접 그릴 정도로 뿌리에 대한 애착을 보였다. “기회가 된다면 경북 구미시에 있는 고조부의 산소를 꼭 둘러보고 싶다”고 했다. 고국에 대한 향수는 최 씨도 마찬가지. 10세, 7세의 두 딸을 둔 최 씨는 “언젠가 가족을 데리고 한국에 들어와서 사는 것이 꿈”이라며 “큰 아이가 15세 때쯤 되면 계획을 이야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작 고국이 고려인들을 잊어버리는 것은 아닐까 우려하기도 했다. 최 씨는 “많은 고려인이 고국을 떠난 것이 일제강점기라는 역사 때문이었다면 고려인을 기억해야 하는 것도 역사이기 때문”이라며 “역사교과서 등을 통해 사람들이 고려인들을 잊지 않도록 한국 정부가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재외동포재단#고려인#일제강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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