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도 수십만 위안부 여성들 눈물… 한국 할머니들의 수요집회 보니 힘나네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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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크델씨 등 각국 여성운동가 동참

9일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에서 마하푸자 아크델 씨(왼쪽에서 세 번째)가 수요집회 참가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최지연 기자 lima@donga.com
9일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에서 마하푸자 아크델 씨(왼쪽에서 세 번째)가 수요집회 참가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최지연 기자 lima@donga.com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제1134회 수요집회가 열린 9일 낮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앞.

섭씨 30도가 넘는 무더위 속에 열린 이날 집회에는 방글라데시에서 온 마하푸자 아크델 씨(38)와 이집트 아프가니스탄 인도네시아 수단 등에서 온 여성 20여 명이 함께 참석했다. 이화여대가 주최한 아시아-아프리카 여성 인재 양성 과정에 참가한 각국의 여성 활동가들이다.

아크델 씨가 집회에 참석한 것은 과거 방글라데시 여성들도 비슷한 역사를 경험한 아픔이 있기 때문. 1971년 파키스탄과의 독립전쟁 당시 방글라데시 여성 수십만 명이 파키스탄 군인들에게 위안부로 끌려갔다. 아크델 씨는 “방글라데시 위안부 여성들도 매년 3월 독립기념일을 전후해 파키스탄 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하지만 아직 파키스탄으로부터 진정한 사과를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방글라데시 치타공의 방글라데시연극예술연구소(BITA)에서 가정폭력과 조혼 반대, 여성 인신매매 퇴치 등을 소재로 하는 연극과 드라마를 기획, 제작하고 있다. 방글라데시 접경 지역인 인도, 미얀마 등지를 돌아다니며 피해 여성들을 먼저 찾아가 그들이 스스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돕는다. 아크델 씨는 “희생자들이 거리 연극에 직접 참여해 마을 사람들에게 문제를 알리는 과정은 매우 의미 있다”며 “할머니들과 그들을 응원하는 사람들이 모인 수요집회 역시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아크델 씨는 “남성지배적 사회에서 여성들은 쉽게 차별의 희생자가 된다”며 “이는 아시아, 아프리카 등지의 여성 활동가들 모두가 공감하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그에게 한국의 위안부 문제는 함께 분노할 수밖에 없는 비극이었다. 아크델 씨는 수요집회 참가 전에 보았던 30분 분량의 위안부 관련 동영상을 잊을 수 없다. 그는 “상영이 끝난 뒤 우리는 충격에 휩싸여 잠시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며 “어떤 이는 눈물을 글썽였고, 또 어떤 이는 분노를 금치 못하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고 말했다.

아크델 씨 등은 위안부 생존자인 길원옥 할머니, 김복동 할머니, 참가자 200여 명과 함께 ‘잘못을 모르는 민족에겐 미래는 없다’ 등의 문구가 쓰인 팻말을 들고 일본의 무성의한 태도를 고발했다.

캄보디아에서 온 로트바티 소반 씨(26)는 “위안부 문제는 인류 전체에 대한 범죄로, 이를 두고 침묵해서는 안 된다”며 “모두가 한목소리로 싸워서 일본으로부터 진정한 사과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크델 씨는 “일본은 과거를 부정하는 것은 물론이고 미래 세대에게 잘못된 역사를 가르치고 있다”며 “잘못된 역사를 배운 일본 젊은이들이 나중에 어떤 생각과 행동을 할지 그 결과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연극과 드라마를 사랑하는 아크델 씨는 예술 활동이 사람들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고 확신한다. 그는 “할머니들이 이미 여러 영화, 다큐멘터리 등에 참여해 온 걸 안다”며 “위안부 문제를 소재로 한 대형 거리연극을 기획해 생존 할머니들의 목소리를 전하는 것도 아픔을 기억하고 함께 해결책을 마련해 나갈 좋은 방법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최지연 기자 lima@donga.com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수요집회#방글라데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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